지하철 안에서 신나게 춤을 추는 카드사 광고모델 로지, 커버송을 올리며 활동하는 노래 유튜버 루이, 넥스트 레벨을 외치는 걸그룹 에스파의 ae멤버들, 혹시 이들의 공통점을 알고 있는가? 이들은 모두 실제 사람이 아닌 AI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 인간’, 바로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이다.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 이란?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유행이 번지면서, ‘버추얼 휴먼’ 열풍이 불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얼굴을 생성하고, 3D 기술과 AI 기술을 결합하여 실제 사람의 형태로 만든 가상 인간이다. 가상의 얼굴이지만, 실제 사람의 얼굴에 있는 약 80여 개의 미세 근육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 실제 사람과 흡사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즉, 그래픽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제외하고, 실제 인간과 다름없이 이야기하고, 노래를 하고 춤을 출 수도 있다.
버추얼 휴먼의 가장 큰 장점은, 그들을 원하는 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전 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 감염과 전파의 위험이 없기 때문에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완벽한 시장성을 지닌 모델로 등극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도 노화하거나, 인간이 수정하지 않으면 얼굴이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마케팅 모델로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버추얼 인플루언서’ 들의 등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제1호 버추얼 인플루언서인 미국의 ‘릴 마켈라’, 일본의 ‘이마’ 그리고 한국의 ‘로지’ 등 가상 인간들은 전 세계 광고업계를 선도하며 다양한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은 개인 SNS를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며 다양한 분야의 광고모델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버추얼 휴먼이 하나 둘 등장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왼쪽부터 미국의 릴 마켈라, 일본의 이마, 한국의 로지(출처: 인스타그램 @lilmiquela, @imma.gram, @rozy.gram)
중국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류예시’와 ‘아야이’
중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류예시 (柳夜熙)’ 이다. 류예시는 악마를 잡을 수 있다는 퇴사마 컨셉의 뷰티 인플루언서로, 기존의 버추얼 휴먼과는 차별화된 컨셉으로, 등장과 동시에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파랗고 빨간색의 아이섀도, 입술의 절반만 칠한 립스틱, 중국 전통 복장에 어울리는 긴 반묶음 머리 등 확고한 컨셉과 사실적인 묘사를 추구하고 있다. 류예시는 도우인(抖音) 계정을 만든지 사흘 만에 약 300만 명의 팔로워를 확보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중국의 가상인간 류예시(출처: 바이두)
그러나 중국의 가상 인간은 류예시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5월, 알리바바 그룹은 최초의 메타버스 가상 인간인 ‘아야이(Ayayi)’를 선보였다. 아야이는 잡티 없이 새하얀 피부로 ‘진짜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 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과 협업을 하기도 했으며, 지난 9월에는 알리바바 그룹의 첫 디지털 직원으로 고용되기도 했다.
중국 최초의 메타버스 가상인간 아야이(출처: 바이두)
중국 AI기술의 현시점
사실 중국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이미 뛰어난 수준이다. 인공지능기술 최강자인 미국과 함께, 전 세계 AI 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NSACI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AI 기술은 이미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며, 10년 안에 미국을 뛰어넘고 세계 AI 기술을 선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2018년 중국의 AI 부문 특허 건수는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의 37%를 차지했으며, AI 관련 연구 논문에서도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 미국의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AI 관련 논문 총수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며, AI 기술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수 역시 미국과 EU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중국 정부는 2015년 ‘인터넷 플러스 정책’ 발표 이후 꾸준히 AI 기술 개발 관련 정책을 내세우며 산업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2017년 7월 국무원이 발표한 ‘차세대 AI 발전 기획’, 2018년 공신부가 발표한 ‘차세대 AI 산업 혁신 중점 업무 협조 방안’에 이어 2019년 과기부는 4차례나 AI 기술 육성 정책을 발표하는 등 중국은 AI 기술 개발과 상업화를 추진해 세계 AI 분야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2030년까지 중국의 AI 핵심 산업을 1,500억 위안 (한화 약 25조 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고 목표를 내세우기도 했다.
팬데믹에 대적할 중국의 AI기술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각국의 AI 산업이 주춤한 가운데, 중국의 AI 기술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데 일조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AI 기술 스타트업 회사 로키드(Rokid)가 선보인 ‘스마트 글라스’ 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스마트 글라스’는 인공지능 기술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것으로, 단 2분 내에 수백 명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 글라스는 시중에 많이 사용되는 적외선 온도계보다 더 빠르게 온도를 측정할 수 있어, 사람들이 체온을 측정하기 위해 긴 줄을 설 필요가 없게 됐다. 아직까지는 중국 국민들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기술로, 외국인의 체온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차후 국가 간 개인 정보 문제가 해결된다면 미래에는 팬데믹 사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고 사람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중국 공안의 모습(출처: tvn 프로그램 ‘미래수업’)
또한 중국은 AI에 기반을 둔 안면인식 기술의 수준이 매우 뛰어난데, 이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확진자 경로 예측 시스템에 접목시켜 큰 성과를 얻었다. 14억 중국인의 얼굴을 3초 내에 인식하고 신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센스 타임’의 첨단 안면인식 기술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도 개인을 식별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 속에서 코로나 감염 의심자를 찾아내고 신원 파악 및 이동 동선 추적에 큰 도움을 주었다.
중국 kfc 매장에 도입된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출처: AFP)
중국의 AI 기술은 급속도로 성장하며 사회 곳곳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안면인식 기술의 본래 목적은 흉악범 검거 및 실종 아동 찾기 등의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이었지만, 점점 휴대전화 개통, 온라인 결제, 공항 출입국 등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개인의 신상정보가 거부할 기회 없이 정부에 속박되고 있어 인권유린 및 ‘디지털 감시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AI 기술로 미국을 앞지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기술 개발 및 투자가 아닌, 공적 정보 수집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아닐까?
학생기자 정해인(저장대 광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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