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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뚜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의 씁쓸한 만남

[2023-10-27, 17:28:04] 상하이저널
  
홍췐루 뚜레쥬르 매장에 ‘뚜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가 콜라보한 귀염귀염한 케이크를 출시했다. 뚜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 이 두 브랜드가 콜라보한 것을 보니 두 브랜드 공통점이 생각난다. 

 

 [사진='뚜레쥬르'와 ‘카카오프렌즈’가 콜라보한 케이크]


1997년, 한국에서 태어난 뚜레쥬르는 매일매일 신선한 빵을 구워서 판매한다는 콘셉트로 한국 베이커리 시장의 새로운 판도를 열었고 2005년에 베이징, 2007년에 상하이에 점포를 내면서 뚜레쥬르는 중국 사업을 시작했다.

2014년, 베이징 왕징 코리아타운에 당시 한국성이라고 불리는 중심 상권에 기존 KFC를 밀어내고 식사와 베이커리를 같이 판매하는 ‘브랑제리 앤 비스트로’ 프리미엄 매장을 열면서 길 건너 화롄(华联) 쇼핑몰 1층에 있는 ‘파리바게뜨’와 경쟁하기 시작했다.
 
당시 교민들은 파리바게뜨 빵만 먹는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 시장 점유율과 탄탄한 고객층을 가지고 있던 파리바게트와 새로 생긴 뚜레쥬르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파리바게트도 점포를 리뉴얼해서 파리바게뜨 시그니처 매장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이 치열한 승부에서 뚜레쥬르의 손을 들어 올린 것은 배우 김수현이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하면서 상하이 홍췐루 뚜레쥬르 매장은 매일 매출 신기록을 경신했다. 

파리바게뜨는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했지만 중국사람들의 김수현에 대한 사랑을 이기기 어려웠다. 영원히 빛나는 별은 없었다. 별에서 온 그대는 별로 돌아가버렸고 무리한 점포 확장, 직원들 서비스 등도 문제가 되면서 뚜레쥬르 매출은 점차 하락하기 시작했다.

[사진=상하이 홍췐루 뚜레쥬르 매장]

2019년, 교민들의 사랑을 받던 한국성 뚜레쥬르 매장을 철수하고 중국의 사모펀드 호센 캐피탈에 매각하고 적자를 보던 중국법인 3개를 묶어 현물출자하고 브랜드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끝났다. 
 
2012년,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태어난 어피치, 프로도, 라이언은 카카오톡이 되지 않는 이 나라에서도 사랑받았다. 중국 사람들은 카카오톡은 몰라도 카카오프렌즈는 안다. 중국에서 다음과 카카오톡을 차단하면서 어려움을 겪던 카카오차이나까지 흡수하면서 카카오프렌즈 IX는 중국 사업을 확장했다.

[사진=문을 닫은 상하이 난징동루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샵]

2020년 9월, 상하이 난징동루에 카카오프렌즈 플래그샵을 오픈했다. 그때 베이징에 살았는데 카카오프렌즈 매장 구경하러 상하이에 갔다 와야 하냐 그런 농담도 했다. 상하이에 관광 오는 한국사람들도 한번씩 들리는 난징동루의 명소가 되었다. 

카카오프렌즈의 가장 빛나는 시절은 2021년 9월, 베이징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매장을 낼 때였다. 글로벌 브랜드 다 모이는 치열한 전쟁터에 우리나라 브랜드로 당당하게 매장을 열면서 카카오 프렌즈의 네임밸류를 입증한다.

카카오프렌즈도 힘들었나 보다. 2022년 상하이 봉쇄 후 카카오프렌즈 IX 차이나는 중국법인을 철수하고 중국에서는 라이센싱 사업만 하고 있다.

[사진=가맹비 0원 뜌레쥬르]

 

한국에서 태어난 우리나라 브랜드 뚜레쥬르는 이제 중국으로 입양아로 살고 있고 카카오프렌즈는 호적은 한국에 있지만 여기서 혼자 크고 있다. 뚜레쥬르는 한때 모든 중국사람들이 뚜레쥬르 빵만 먹을 것 같았던 호황기도 있었지만 지금은 가맹비도 안 받고 가맹점을 낼 수 있는 평범한 브랜드가 되었고 난징동루와 유니버셜 스튜디오에 단독 매장을 내면서 브랜드 가치를 뽐내던 카카오프렌즈는 라이센싱으로만 만날 수 있다. 이 두 브랜드가 콜라보한 케이크를 보니 달달함보다 씁쓸함이 느껴진다. 

(사진. 글_ 제갈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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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기록 <안나의 일기> 드디어 끝난 중국 제로코로나를 기록한 <안나의 상하이 이야기> 저자. -blog.naver.com/na17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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