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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육보진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진 대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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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출퇴근하는 필자에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상해 날씨가 너무 고맙다. 하지만 이른 아침 습한 공기를 과도하게 마신다면 몸이 불편해질 수 있다. 이 때 마시면 좋은 게 바로 육보차라는 흑차(黑茶)다. 광서장족자치구에서 생산되지만 말레이시아 등 외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가 요즘 들어 중국 내부에서의 소비도 빠르게 늘고 있다.
[사진=육보진 사류촌 부근 아름다운 차밭 풍경]
차의 가공 방법에 의한 6가지 분류 중 흑차는 꼭 악퇴(渥堆)라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찻잎에 물을 뿌린 후 쌓아 둔 채로 미생물 증식에 의한 차성분의 변화를 유발’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육보차는 모차(毛茶)를 만든 후 이 현대적인 공정에 의해 재 가공된 것이다. 보이차 숙차를 즐겨 드시는 분들은 이 악퇴라는 용어가 친근할 것이다. 이 공정의 장점은 몇 달 정도의 시간으로 몇 십년에 해당하는 차 성분의 변화를 일으켜 달고 마시기 편한 차로 만들어 주는데 있다.
[사진=자색을 띠는 육보차의 이상적인 찻잎 채엽 조건]
[사진=육보차 전통 공정을 위해 18개의 솥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렇게 악퇴 과정을 거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방문한 육보차의 대표 산지인 오주시(梧州市) 창오현(苍梧县) 육보진(六堡镇)에서 경험한 전통 공정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수확한 찻잎은 시들리기를 거친 후 무쇠 솥에서 살청(杀青, 효소활성 없애기)을 한다. 대바구니로 옮겨 손바닥으로 찻잎을 굴리며 유념(揉捻, 비비기)을 한 후 다시 솥으로 옮긴다. 이제 육보차의 특징 공정인 퇴민(堆闷)을 10~16시간 거치게 되는데, 이는 ‘아직 건조되지 않은 찻잎을 쌓아 둔 상태에서 자동산화에 의한 차 성분의 변화’가 목적이다.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황차(黄茶)의 민황(闷黄) 공정과 원리는 같은데 더 빠르게 더 많이 변화시키는 점이 다르다. 이를 통해 꿀 향인 듯 꽃 향인 듯 향기 성분을 발현시키고 쓴맛과 떫은맛은 줄이는 대신 단맛은 증가하게 된다. 그 후 솥에 슬슬 불을 때가면서 서너 시간에 걸쳐 찻잎을 바짝 말려주면 모차는 완성된다. 비비기 공정에서 잠시 대나무 채반으로 옮겨졌을 뿐 그 외 공정은 모두 솥에서 진행된다. 요즘은 자동화된 기계설비로 생산 효율을 높여서 생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진=손으로 살청하다 뜨겁다면 나무가지를 활용해서 진행한다.]
[사진=왼쪽부터 살청전, 살청후, 유념후, 퇴민 직전의 공정별 찻잎 변화 모습]
이렇게 만든 모차는 그대로 보관하고 숙성한 후 판매하거나 앞에서 언급한 현대적인 공정, 즉 악퇴 발효를 거친 후 상품화한다. 때로는 증기로 찻잎을 찐 후 큰 대나무 광주리에 눌러 담아 숙성시키는 방법인 쌍증쌍압(双蒸双压)으로 만든 차도 보인다.
어느 경우이든 육보차는 10년 이상 진화(陈化) 시켜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폭격을 피하기 위해 건설한 방공동(防空洞)에서 보관하면서 숙성한 걸 자랑하기도 하는데 좋은 품질의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바람이 잘 통하고 습도가 너무 높지 않은 조건에서 보관되어 찻잎이나 차탕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를 권한다.
[사진=진화(陈化)를 위한 창고를 잘 갖춰야 품질좋은 육보차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육보차의 특징은 홍(红), 농(浓), 진(陈), 순(醇)이라는 네 글자로 표시하고 대표적인 향 특성은 빈랑향(槟榔香)으로 묘사한다. 품종이나 보관 조건에 따라 인삼향, 영지버섯향, 한약향 등 다양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편안하게 육보차 한 잔 하면서 향기 성분을 묘사해 보는 재미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8. 13년 자연 숙성된 육보차는 부드러운 맛과 풍부한 향을 선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