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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소비자 사로잡는 브랜드 네이밍

[2023-12-02, 06:18:29] 상하이저널
브랜드 네이밍은 사업의 첫걸음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가가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이름일 것이다. 브랜드의 이름은 단기간에 잠재적 고객에게 인식되어야 한다. 또한 경쟁 업체에 비해 한 번이라도 더 소비자들의 관심을 이끌어야 한다.
 
중국에 진출한다면 브랜드 네이밍의 난이도는 더욱 올라간다. 중국어의 한자는 표음문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글이나 영어의 알파벳과 달리 한자는 여러 문자를 조합한다고 해서 새로운 발음의 단어를 만들 수 없다. 모든 한자는 고유의 음가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글과 달리 표현할 수 있는 소리의 종류에 한계가 있다. 

또한 최대한 비슷한 발음을 고려해 조어(造語)해도 표의문자 특성상 의도치 않은 브랜드와 관계없는 뜻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를 ‘해음 현상’이라고 한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브랜드와 전혀 연관 없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마시면 입이 즐겁다” 
코카콜라 蝌蝌啃蜡 

코카콜라의 사례가 유명하다. 코카콜라는 1927년 처음 상하이에 진출했을 때 원어 이름과 최대한 비슷한 ‘蝌蝌啃蜡(kē kē kěn là, 커커컨라)’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하지만 이는 중국어로 ‘올챙이가 밀랍을 갉아 먹는다’라는 뜻이었고 현지인들에게 괴상한 이름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코카콜라는 브랜드의 새로운 중국어 이름을 짓기 위해 공모전을 열었다. 여러 후보 가운데 시인이자 작가인 미국 컬럼비아대학 장이(蒋彝) 교수가 제시한 ‘可口可乐(커코우컬러)’라는 이름을 채택되어 상품 이미지를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새로운 이름은 ‘마시면 입이 즐겁다’라는 뜻도 내포하여 발음과 뜻 모두 적절했고,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를 제대로 공략했다. 코카콜라의 중국어 이름은 브랜드 네이밍 분야에서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남아있다. 
 
[사진=혁명 시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가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다시 중국에 진출한 코카콜라의 광고(바이두 绣江君子)]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말’
BMW의 ‘바오마(宝马)’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 BMW의 사례 역시 유명하다. BMW는 1960년대 영어권 국가에서 ‘비머(bimmer)’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이 비머라는 이름 역시 중국으로 전해져 유사한 발음인 ‘宝马(바오마)’라는 명칭이 탄생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사진=중국 BMW사 홈페이지]

 

 

중국 고대 시구에는 “한혈보마, 일치천리 汗血宝马,日驰千里(hàn xuè bao mǎ, rì chí qiān lǐ)”라는 구절이 있다. ‘피처럼 붉은 땀을 흘리는 보물과 같은 말(한혈보마)이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라는 뜻이다. 고대 중국의 한무제는 서쪽의 흉노족을 제압하기 위해 강한 군대를 원했다. 당시 중앙아시아의 대완국(오늘날의 투르크메니스탄)은 힘 좋고 빠른 말이 많이 나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에 한무제는 수많은 병사를 파견해 대원국으로부터 이 한혈보마 삼천 마리를 강탈했고, 이후 흉노족과의 대규모 전쟁에 동원했다. 한혈보마의 대단한 기세는 글로도 남겨져 후대까지 회자되고 있다. 
 
[사진=차용 BMW의 중국명 ‘바오마(宝马)’ 한무제 때 흉노족과의 전쟁에 동원됐던 ‘한혈바오마(汗血宝马)’에서 차용]

BMW 사는 이러한 중국 고대 설화 속 말의 이름 ‘宝马’(보마, 바오마)를 차용해 자사 브랜드의 이름으로 승화시켰다. BMW 사의 브랜드 네이밍 역시 발음과 뜻을 살린 것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 역사 속 이야기도 녹여내어 더욱 훌륭한 스토리텔링 사례가 됐다. 

“많은 날 동안 즐겁다”
뚜레쥬르 多乐之日

한국 브랜드들의 경우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어떤 이름을 내세웠을까? 국내 기업 역시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중국어 네이밍에 몰두했다. CJ그룹의 ‘뚜레쥬르’ 역시 중국 진출 당시 쉽고 오래 기억되는 이름으로 호평받았다. 뚜레쥬르는 ‘多乐之日(뚜어러즈러)’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많은 날 동안 즐겁다’라는 뜻으로 CJ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뚜레쥬르에 오면 즐거움이 생긴다’라며 홍보했다. 

“즐겁게 닫는다”
락애락 乐扣乐扣

한국의 대표적인 밀폐용기 브랜드 락앤락은 ‘乐扣乐扣(러커우러커우)’라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뒀다. 락앤락의 중국어 이름은 ‘즐거움’과 ‘닫다’의 합성어로 소비자들이 쉽게 제품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락앤락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광군절 기간 동안 약 81억 위안의 수익을 올려 ‘즐겁다’라는 뜻의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사진=락앤락의 중국어 이름 乐扣乐扣 러커우러커우]

해외 브랜드의 끝없는 중국시장 도전

이 같은 사례 이외에도 맥도날드, 벤츠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각각 ‘麦当劳 마이당라오’, ‘奔驰 번츠’ 등 간단명료한 중국어 이름으로 중국 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 기업들 역시 브랜드가 추구하는 의미에 부합하는 이름으로 중국 시장에 계속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소매 업계 1위의 올리브영은 지난 3월 말 ‘欧利芙洋 오우리푸양’이라는 이름과 함께 새롭게 자체브랜드 법인을 설립했다. 
 
[사진=’올리브영’의 중국어 이름 ‘오우리푸양 欧利芙洋’]

비단 대기업만이 중국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젊은 기업가들 역시 참신한 중국어 이름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신생 의류 브랜드 지피넛(g.PEANUT)은 최근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다가가기 위해 ‘g.皮呢(지피너)’라는 중국어 이름을 창안했다. 본래 땅콩이라는 뜻에서 비롯해 ‘g.花生(지화셩)’이라고 직역한 이름을 붙였으나 브랜드의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다는 판단하에 ‘g.皮呢’(지피너)라는 중국어 이름을 고안해 냈다. 피넛이라는 발음과 유사한 동시에 가죽피(皮) 자를 사용해 의류 브랜드라는 사업 분야도 명확히 나타낸 것이다.
 
[사진=지피넛 의류 브랜드 사이트 캡처(g.PEANUT)]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은 거대하다. 이들은 중국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만한 브랜드 네이밍에 골몰하면서 성공적인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재미있는 중국어 네이밍을 돌아보자고 있자면 이들의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또 하나의 성공 사례가 나타날지 기대되는 이유이다.

학생기자 최장현(난징대 국제정치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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