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가 올해 중국 국민의 기억을 대표하는 10대 상품을 발표했다.
26일 중국청년보(中国青年报)는 타오바오가 20일 발표한 ‘2023년도 10대 상품 명단’에 ▲손자병법, ▲장향라떼(酱香拿铁), ▲줘저우(涿州) 도서 응원 패키지, ▲아인슈타인의 뇌, ▲콘서트 주문제작 응원봉, ▲마미엔췬(马面裙), ▲크록스 슬리퍼, ▲링롱1호(玲龙一号) 소형원자로(SMR) 핵심 모듈, ▲매실 잼(乌梅子酱), ▲코엔자임Q10(辅酶Q10)이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타오바오는 매년 인기 검색 지수, 판매 추이를 토대로 후보 목록을 발표해 누리꾼 투표, 미디어 전문가 심사 등을 거쳐 가장 대표성 있는 10대 상품을 선정한다. 타오바오가 선정한 올해의 10대 상품은 다양한 사회 상황을 반영하고 소비 활력과 유행의 변화, 한 해 국민의 기억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평가된다.
‘손자병법’은 중국 당국의 20년에 걸친 부패 척결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광표(狂飙)’의 등장 인물 가오치창(高启强)이 즐겨 읽어 현지 누리꾼들 사이 화제가 됐다. 콘서트 주문제작 응원봉은 올 한 해 오프라인 공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경제가 차츰 회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상품이다.
중국 대표 명주 마오타이와 루이싱커피가 협업한 장향라떼는 출시와 동시에 큰 화제가 되면서 첫날에만 매출액 1억 위안(180억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단일 제품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미엔췬은 최근 한푸(汉服) 열풍에 힘입어 일상 생활에서도 즐겨 입는 올해 가장 인기 있는 국풍(国风) 패션 아이템으로 꼽혔다. 크록스 슬리퍼(洞洞鞋) 역시 편하고 실용적인 장점으로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아이템으로 다시 부상했다.
줘저우 도서 응원 패키지는 지난 7월 말, 8월 초 줘저우에서 발생한 홍수로 큰 피해를 입은 해당 지역 출판업체를 응원하는 상품이다. 이 패키지는 출시 이후 3일 만에 누적 거래액 3000만 위안(54억 4300만원)을 넘어 해당 지역 도서 출판업체에 큰 힘을 보탰다.
세계 최초 상업용 육상 소형모듈원전 핵심 모듈인 링롱1호는 올해 톈마오 솽스이(双11) 기간 선보인 16개 ‘대국 중기(大国重器)’ 중 하나로 아직 판매되지는 않지만 무려 100만 명이 장바구니에 넣어 두며 민족의 자긍심을 나타냈다.
올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지면서 연초 고지혈증 영양제인 코엔자임Q10 검색량이 2500% 이상 폭증했다. 기존 시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매실 잼은 리롱하오(李荣浩)의 동명 노래가 큰 인기를 끌면서 검색량이 200배 급증, 주문량도 폭주했다.
올해 선정된 상품 중 ‘아인슈타인의 뇌’는 타오바오 올해의 상품 명단에 처음으로 포함된 가상 상품으로 최근 타오바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정서적 가치를 지닌 서비스 상품이다. 판매자는 아인슈타인의 이미지를 몇 마오(毛)의 가격에 상품 페이지에 게시한 뒤 이 링크를 클릭하면 뇌가 자라난다고 호언장담한다. 이는 중국 MZ세대가 스스로에게 주는 응원과 격려 행위로 친구들끼리 유쾌하게 주고받는 ‘작은 의식’이라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웨이샹(魏翔) 중국 사회과학원 재경전략연구소 연구원은 경제학 용어를 빌려 ‘완화지수’ 현상이라 설명했다. 완화지수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역수로 이 지수가 높고 안정되면 사람들의 경제적인 감각은 완화되는 것이다.
올해 실업률이 둔화되고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서 완화지수는 다시 강세를 나타냈고 이에 따라 인기 상품은 더 이상 단순한 문화 산업, 운동복 등의 응원 상품이 아닌 정서적 가치가 가득한 서비스형 상품이 되었다는 설명이다.
타오바오 책임자는 “올해 10대 상품은 뉴스,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핫 토픽에서 타오바오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이들 상품은 여러 차례 타오바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실제 소비로 이어졌고 수많은 중소기업, 특히 젊은 창업자들에게 사업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