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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철 (지은이),김윤식 (사진) | 플로어웍스 | 2021년 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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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맞춰 경쾌하고 우아하게 무대를 장악하는 ‘천상의 춤’ 발레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재능이 필요한지 궁금할 때 이영철 님이 쓴 <발레리노 이야기>를 권한다. 치열하게 노력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무대를 장악하는 힘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감동적인 책이다. ”예술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눈에 보이는 화려함이 아닌 사람들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고,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내는 견고함은 타고난 재능보다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발레리노는 자신의 다리와 발끝으로 공간에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하며 춤을 춘다. 한 발, 한 발 딛는 곳마다 그들의 시간과 역사가 그려진다. 연습실에서 무한한 그림을 다리로 그리며, 모든 순간을 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발레리노의 삶이다.
그리고 발레는 결코 혼자서만 작품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에 여러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은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다.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기 위해서는 발레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서로를 위한 배려와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협동의 마음이 우선 되어야 한다. 그래서 발레를 '에티켓의 예술'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발레리노는 작품을 만나고 무대를 준비하는 시간 동안 작품 속의 인물로 살아가고 작품을 통해 성장하기 때문에 자신의 춤을 깊이 있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작품 속의 인물이 살아온 시대와 삶을 바라보고, 상상하고, 느끼고, 이해하며 춤을 출 수 있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발레리노는 공연을 하며 여러 가지 인생을 살아보게 되는데, 매번 다른 역할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매 순간 다른 사람이 되어 극 중의 캐릭터로 연기하고 춤을 추지만, 실제 작품 속 인물이 되기 위해서는 몰입해서 노력하는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는 춤을 추는 짜릿함에서, 창조하는 일의 기쁨을 느끼게 된 소중한 여정을 통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자유를 향한 몸짓과 가늠할 수 없는 수많은 이들의 고통을 춤으로 만들며 그가 수없이 되뇐 것은 완성된 작품으로 인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들의 삶과 우리의 삶에도 진정한 자유가 허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는, 멈추지 않는 그의 발걸음에 기대와 응원을 보낸다.
춤추며 살아가는 삶은 매일 연습하고 무대를 준비하는 고된 작업의 연속이지만, “아름다운 것을 몸과 마음으로 나눠야 하는 소망으로 춤을 춘다”고 가볍게 말한다. ‘발레’라는 춤에 온 마음과 몸과 정신을 헌신하지 않으면 결코 이룰 수 없는 치열하고도 열정적인 삶이 발레리노의 삶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앞으로 발레를 감상할 때 뜨거운 감동이 생생하게 와닿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발레리노 이야기>는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는 놀라운 책이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 길을 잘 걸어가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일상을 단 한 순간도 낭비할 수 없는 것이 예술가의 삶이다. 끊임없는 연습과 작품 분석과 여러 무용수와 호흡을 맞추는 훈련과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종합예술이라서 천상의 춤 ‘발레’라고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책이 말해주는 발레리노의 삶은 참으로 고결하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정은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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