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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상하이 252] 뭐든 다 배달합니다

[2024-09-11, 15:36:56] 상하이저널
김하영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김하영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1월
18년간 기자로 일해온 작가가 뜻한 바가 있어 플랫폼 노동시장에 뛰어들어 경험한 200일간의 현장 기록이다. 글에 나오는 모든 최저임금은 2020년 기준.

첫번째 플랫폼 노동 : 쿠팡 피커(picker)맨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
-시간당 8,050원의 최저임금 
-근무시간은 오전 8시~오후 5시
-출퇴근 버스 제공, 점심 제공, 매일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지급, 4대보험 가입
일당 6만8,170원, 휴일 없이 일하면 30일에 약 200만원

일용직 노동자로 ‘쿠펀치’라는 어플을 깔고, 채용 담당자에게 문자 메세지 한 통 보내면 되는 간단한 절차로 일하는 게 가능하다. 피커는 출고 업무로 상품 주문이 들어오면, 받아놓은 PDA에 표시된 대로 찾아가 배치된 상품을 카트에 담은 뒤 포장 대에 가져다 주면 되는 일이다. 시간당 집품수(UPH)가 140이 나오려면 하루 종일 속옷이 젖을 때까지 뛰어다녀야 한다. UPH가 떨어지면 다음 번에 일을 나올 수 없다.

두번째 플랫폼 노동: 배달의 민족 커넥터
내가 가진 교통수단 사용(자동차, 자전거, 전동킥보드, 도보 등) 작가는 자전거
배민커넥터 등록은 계좌번호와 개인정보 몇 가지, 일하고자 하는 지역을 입력해 신청하면 된다. 배달 가방은 19,900원으로 개별 구매

주간단위 정산(금요일 입금)
-배달 수수료 3,000원~4,000원(거리에 따라 할증)+목표량 충전시 인센티브
-세금, 운전자 보험(운행 중에만), 산재보험 공제
-수익은 평균 시간당 7,000원으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민커넥터는 일주일 최대 20시간 근무이므로 기대수익은 월 70~80만원 수준이다. 
“주말 오후, 한 두시간 가볍게” 배민커넥터는 결코 생계수단이 될 수 없다. ‘알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세번째 플랫폼 노동 : 카카오 대리운전
카카오 대리기사 어플을 깔고, 운전면허증과 프로필 사진을 올린 뒤 보험 심사를 받으면 끝이다. 
주로 저녁 시간부터~새벽까지 동네 번화가로 나가 카카오 어플을 켜고 콜을 잡는다.
카카오 수수료 20%
초보 대리운전기사인 작가의 기준으로 시급 8,640원(가까스로 최저임금을 넘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두 가지
먼저 21세기 불안정 고용 위기 돌파구는 기본소득과 평생교육에 있다. 예를 들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되, 추가 소득이 없는 이들은 의무적으로 4시간씩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배운 기술로 더 나은 일자리를 얻어서 좋고, 저출산으로 줄줄이 문닫는 학교들도 살리 수 있어 좋다.

두번째로 플랫폼 시대의 정부는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위원회를 만들어 최저임금 조차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나 프리랜서들을 대변하고, 사회 전체의 부를 관리하면서 정교하게 분배해야 한다. 일례로 기업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 최대한 수익이 나게 하고 그 수익을 국민들에게 배당의 형태로 고루 지급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의 플랫폼 노동 중에 굳이 하나를 선택하라면 난 쿠팡 피커다. PDA가 가르쳐주는 대로 몸만 움직이며 속옷까지 다 젖을 만큼 땀 흘리는 일이 해보고 싶다. 요즘처럼 생각이 많을 땐 AI 팔다리 노릇하며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니까.

조미선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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