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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세모 네모 동그라미의 새학기

[2024-10-10, 18:03:15] 상하이저널

우리 집에는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산다. 새 학기에는 그 모양의 특징이 도드라지게 나타난다. 12년째 중국 학교를 다니는 세모, 뾰족뾰족 날이 서 있고 완벽을 추구한다. 중국 학교에서 새 학교로 전학한 9학년 네모. 널찍널찍 알 수 없는 자신감을 보이고 걱정 없이 산다. 서로 다른 세모와 네모 사이를 오가며 다독거리는 임무를 맡은 동그라미는 바로 나. 엄마이다. 


세모의 새 학기 고민은 성적이다. 고3에게 성적은 절대적 이슈이다. 우리 집 세모도 피해 갈 수 없다. 세모는 여름 방학을 가장 두려워하는데 학원에서 선행을 마친 친구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세모도 가만있었던 것은 아니다. 방학 동안 도서관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학원에서 전문적인 선행을 받은 친구들 앞에서는 주눅이 드는가 보다. 괜찮다고 지금껏 잘해왔으니 이미 충분하다고 위로해도 세모의 불안을 떨칠 수는 없다. 둥근 등을 한참을 토닥여야 안정을 찾는다. 잘하고 싶고 잘해야만 하는 세모. 자신을 다그치며 달려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마음이 누그러진 세모는 앞으로의 학습 계획과 전략을 이야기한다. 보통 선행의 효과는 한두 달에 그치고 마는데 그동안만 잘 버티며 공부하면 기말고사쯤에는 동등한 선상에서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장하게 한마디 덧붙인다. 자기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열심히 할 테니 두고 보라고. 눈빛은 나를 향해 있지만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임을 알고 있다. 문득 중국 공립 학교에서 버텨낸 세모의 치열했던 12년이 스쳐간다. 



네모의 새 학기는 걱정보다는 자신감이다. 네모도 9학년 1학기까지 중국 학교를 다니다 지난 학기 전학을 했다. 누나 세모가 잘 버티고 있는 탓에 네모는 주변으로부터 중카오(中考, 중국 고입시험) 무서워 도망가는 겁쟁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네모는 겁쟁이가 아니다. 누구나 가던 길을 돌려 새로운 길을 찾을 권리가 있다. 자신의 길에 대해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용기라고 하는 것이다. 남의 눈치 보며 머뭇거리다 때를 놓쳐 후회하는 것이야 말로 겁쟁이다. 반대의 벽 앞에서 힘들었던 네모의 전학 과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현기증이 난다. 

다행히 네모는 새 학교에 잘 적응하며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수학도 국어도 영어도 중국어도 이번 학기에는 더 잘 하겠다며 자신을 믿어보라 한다. 도대체 무엇을 믿으라는 건지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옆에 와서 재잘거리는 것이 귀여워 함께 주먹을 불끈 쥐어 본다. 



나는 매일 거실 가운데 놓인 나무 책상에 앉아 세모와 네모의 방문이 열리길 기다린다. 언제든 나와서 동그라미 엄마에게 안길 수 있도록 말이다.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찾아도 좋고, 심심해서 농담 따먹기 하러 찾아와도 좋고,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호소해도 좋고, 어른들 세상에 대한 반발도 좋다. 뭐든 다 감싸 안기 위해 동그랗게 마음을 빚어 놨으니 찾아와 안겨주길 바란다. 연중무휴. 어서 와! 세모야! 네모야! 




바다일기(mer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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