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하이의 한 남성이 HPV(인유두종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받아 치료에 전 재산을 탕진했지만, 알고 보니 HPV에 감염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11일 신민만보(新民晚报)는 상하이에 거주 중인 장씨의 억울한 사연을 소개했다. 장씨는 지난 9월 17일 심한 가려움증으로 상하이 민항구 홍송루(红松路)에 위치한 광쩌병원(光泽医院)을 찾았다.
의사는 “HPV 양성이 나왔으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있다”면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했다. 진단 결과에 놀란 장씨는 곧바로 치료에 전념했다. 첫 진료비로 855위안을 지출, 이후 10일간 약물 치료비로 총 2만7000위안(약 523만원)을 넘게 썼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처방약 비용이 추가로 들었다.
장씨는 외지에서 상하이로 이주해 힘든 노동으로 돈을 모아왔지만, 병원 치료비로 그동안 모아온 전 재산을 탕진했다. 더 큰 문제는 전 재산을 털어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약을 먹고 주사를 맞았지만, 오히려 몸이 더 가려웠다”면서 치료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장씨는 9월 28일 상급 종합병원인 상하이 제10인민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다시 받았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HPV 검사 결과 모든 지표가 음성이었다. 의사는 “아무 병도 없고, 치료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은 지 며칠 만에 병이 사라진걸까? 전문가들은 “HPV에서 회복되는 데는 환자 개인의 저항력, 감염 유형, 적시 치료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다”면서 “신체 저항력이 강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면 대개 반년, 1~2년 내에 바이러스가 음성으로 변하지만, 환자의 신체 저항력이 약하고 감염 후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바이러스가 체내에 머무를 수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광쩌 병원을 찾아가 상급 병원의 검사 결과를 제시하며 “병이 없는데 왜 큰 돈을 쓰게 했느냐”며 항의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장 씨는 관련 부처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또한 장 씨는 광쩌 병원에서 치료받은 후 두피에 발진과 탈피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병원 측이 외용약과 주사제를 투여한 것이 부작용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처치의 문제점도 제기했다.
병원 측은 민항구 의료분쟁조정위원회의 조율 아래 양측이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병원은 치료비 전액 환불과 두 달간의 임금 보상을 제안했으나, 장 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병 치료를 위해 심리적 압박을 견디고 직장까지 그만뒀다”며 병원의 미온적인 태도에 실망을 표했다. 그는 “다른 환자들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광쩌 병원은 2003년에 설립된 종합 진료와 예방, 보건,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병원이다. 하지만 최근 몇 달간 과잉 진료를 유도한다는 의혹이 잇따르고 있다고 신민만보는 전했다.
신하영 기자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