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체들도 계엄령 사태 이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한국의 정세에 큰 관심을 드러내며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했다.
6일 중국 중앙CCTV신문(央视新闻)은 한국 여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집행정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고 긴급 타전했다.
매체는 이에 앞서 5일 새벽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사실도 함께 전하면서 한동훈 대표가 기존 당의 입장을 뒤집고 사실상 탄핵 소추 찬성으로 선회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같은 날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报)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만난다는 소식을 전하며 탄핵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6일 한동훈 대표의 윤 대통령 직무집행정지 관련 발언이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앞서 지난 5일 국회의 탄핵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사실과 최근 한동훈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 등의 상황을 정리해 보도했다.
매체는 앞서 한국의 집권 여당에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이상 탄핵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컸으나 사태가 급변하면서 여당의 태도가 계속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후폭풍으로 국민의힘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고 집권당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은 윤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정치적 손실을 최소화하고 야당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매체는 “향후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직 유지 여부는 앞으로 한국의 사회적 여론 변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탄핵안을 두고 여당이 어떠한 입장을 보이든 한국의 여야 간 갈등과 분열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진보파와 보수파는 정치 이념과 정책 노선에서 결정적 차이를 보이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바로 하야한다고 해도 차기 대선을 둘러싼 새로운 갈등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탄핵 폭풍의 화살은 이미 활시위에 걸렸다”는 제목의 전망 분석 기사를 보도했다. 매체는 한국의 현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야당이 여당 일부 의원의 이탈표를 얻어 탄핵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대학 샌디에이고(UCSD)의 한국-태평양 프로젝트 명예 주임 스티븐 해거드는 “윤석열 대통령이 남은 2년 반의 임기를 다 채울 가능성은 제로이며 그의 정치 생명은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된다”고 차이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여당이 탄핵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나 야당이 반복적으로 탄핵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여당의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면서 “탄핵이 계속 무산된다면 한국 국민들의 시위가 확대되어 윤석열 대통령에 새로운 압박을 가할 수 있으며 결국 윤 대통령은 하야하거나 여론의 압박 속에서 여당 의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탄핵에 찬성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헨리 해거드(Henry Haggard) 전직 주한 미국대사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는 탄핵안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적 이익을 먼저 따져 보고 실질적 장애를 극복하면서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는 이상 탄핵안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에 넘겨주길 원할 리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고베대학의 한반도 연구 전문가 기무라 간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사퇴를 거부하고 계속 맞선다고 가정하면 그의 열혈 지지자를 동원해 시위를 할 가능성도 있으나 승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면서 “이번 계엄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실패였기에 정권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계엄 사태 후 한국의 정국에 높은 관심을 드러내며 “파란만장한 한국의 정치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탄핵에는 반대하면서 직무집행정지는 찬성한다? 진정한 선 긋기의 예술”, “한국 드라마보다 더 흥미진진하다”, “역시 지구 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은 ‘한국 대통령’”, “만약 비밀 핵상자가 있다면 오늘 밤에 그 작동 버튼이 눌릴 수도”라는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