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슈타트 행 버스 안에서 구름이 밀물과 썰물로 변하는 광경을 보다
잘츠부르크 온 지 이틀째 밤에 아내는 몸살이 나고 말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다. 7월 23일 종일 한여름 더운 날씨에 호텔에서 잘츠부르크 시내까지 자전거를 타지 않고 우리 자전거 뒤를 따라다니면서 몸살이 난 것으로 보였다. 자전거로 왕복 8㎞가 안 되는 거리였지만, 걸어서 8㎞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었다.
차홍이와 우형이와 나는 호텔에서 걸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 1시간 정도 떨어진 슈테그 고자우Steeg-Gosau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로 이동하는 경로를 선택하였다.
잘츠부르크에서 잘츠캄머구트Salzkammergut로 이동할 때는 포스트 버스Postbus 150번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손쉽게 갈 수 있다.
150번 포스트 버스는 잘츠부르크 중앙역을 출발하여, 미라벨 정원을 거쳐 우리가 기다리고 있던 이곳 슈테그 고자우Steeg-Gosau 역 거쳐 중간에 호숫가 옆 작은 마을인 푸슐 암 제Fuschl am see는 마을을 지나서 슈테그 고자우Steeg-Gosau 역에 도착하는 코스를 이용하였다. 과거 이 길은 집배원들이 산골을 다니면서 개발된 도로로 현대에 와서 이러한 국도는 관광객들이 이용하는 길로 변하였다.
잘츠부르크의 호텔에서 푸슐 암 제Fuschl am see 호숫가 옆 작은 마을에 도착한 것은 폴크스슐레 크니글Volksschule Gnigl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한 지 40분 정도 지났을 때였다. 암 제am see라는 말은 호숫가라 뜻으로 퍼셀 호숫가 마을이 정확한 명칭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이곳의 3개 호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배경으로 사계절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첫 번째는 푸슐 암 제 호수, 두 번째로는 몬트 제Mond see 호수, 세 번째로는 볼프강 제Wolfgang see 호수가 이곳에서 제일 유명하다.
우리 일행은 두 번째와 세 번째 호수는 직접 볼 수 없었으나, 첫 번째인 푸슐 암 제 호수는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짧은 시간 동안 이곳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는 관광객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로워 보였으며 그러한 자유를 즐기는 이곳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공기 맑고 아름다운 호수를 찾는 관광객들이 제일 먼저 추천하는 호수는 세 번째 볼프강 호수라고 하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슈테그 고자우 역으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호숫가를 낀 아주 작은 마을이 전부라고 볼 수 있으나 세계 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천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푸슐 암 제 호숫가 옆 작은 마을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마을을 막 벗어났을 때였다. 건너편 산 위의 구름이 움직이고 있었는데 처음의 뭉게구름에서 갑자기 변하기 시작했다. 왼쪽은 완전한 구름의 형태이고 오른쪽은 파란 하늘의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무심코 보았는데 버스가 앞으로 가면 갈수록 구름과 하늘은 확연히 구분되어 보였고, 무척 아름다운 구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불현듯 밀물과 썰물의 이지가 떠올랐다. 왼쪽의 구름이 바다로 보였고 오른쪽의 하늘은 백사장으로 변한 이미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그런 하늘의 변화는 태어나서 처음 목격하였다. 그렇게 내의 눈에 들어온 하늘 위 구름의 변화는 더없이 아름다웠다.
푸슐 암 제 호숫가를 출발한 지 채 30여 분이 안 되어서 슈테그 고자우 역에 도착하였다. 푸슐 암 제를 지나면서 보았던 밀물과 썰물의 형상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자그마한 마을이 보이면서 역에 도착하였으며, 슈테그Steg 고자우Gosau 역 앞에는 숲 속의 교회와 할슈타트 방향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었다. 이곳에서 기차표를 구매하고 우리는 역사를 이용하여 기차가 도착하는 쪽으로 자리를 이동하였다.
기차를 기다리면서 역사의 모습을 보았다. 역사 건물은 왼쪽에 있었으며 역사 건물 상단부 외벽에 슈테그 고자우 역이라고 고딕체로 점잖게 쓰인 모습에서 전형적인 유럽의 기차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역사의 이름을 눈에 강하게 어필한 것이 아니라 회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글씨가 이곳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었다.
이렇게 주위를 보고 있었는데 건너편에서 빠알간 기차가 역 쪽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가 기다리던 할슈타트 행 기차였고, 우리는 차례를 기다리면서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에 오른 대부분 사람은 관광객이었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할슈타트를 여행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호수와 산의 풍경을 보면서 기차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으며 관광객 대부분이 젊은 청년들이었다.
슈테그 고자우 역에서 기차를 탈 때 운 좋게도 오른쪽 자리에 앉게 되었는데, 그쪽이 호수가 있는 방향이어서 가끔 잔잔한 호수와 만나는 산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주 프랑스 리옹 역에서 출발하여 스위스 인터라켄의 기차에서 본 분위기와는 달리 좀 더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11시 50분에 슈테그 고자우 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이곳 할슈타트 역에 도착한 시각은 정확히 1시간 이후인 12시 50분이었다. 처음에 생각한 것과 달리 역의 모습은 화려하거나 크지 않았다. 마치 청량리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가다가 흔히 볼 수 있는 청평, 가평역보다도 훨씬 작은 간이역과 같은 이미지로 10평이 안 되는 작은 역사였다.
이런 곳에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여행을 온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사 외부의 천정에 달린 원형 시계와 그 뒤편에 Hallstatt라고 고딕체로 씐 글씨가 모두였다.
작은 역사 앞에는 기차 시간을 보고 표를 구매하려고 하는 관광객과 막 기차에서 내려서 배를 타려고 하는 사람들이 서로 얽혀 있었다. 관광지에서 나오는 일행과 관광하려고 들어가는 사람들이 부딪히는 과정을 거쳐 역사를 오른쪽으로 두고 막 빠져나오는데, 길 왼쪽에 파란색 간판에 흰색 글씨로 할슈타트행 선착장Schiffstation ship to Hallstatt이라는 안내판이 보여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쪽에서 걸어가고 있는 관광객들의 뒤를 따라 걸어갔는데 멀지 않은 곳에 선착장이 나타났다. 그곳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선착장을 중심을 왼쪽과 오른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수 건너편에서 작은 유람선이 우리 쪽을 향해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며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에는 점처럼 보였던 유람선이 우리의 시선에 들어왔는데 돌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으며 유람선의 규모는 50여 명 정도 탈 수 있을 정도의 크지 않은 배로, 수시로 관광객을 태우는 유람선으로 보였다.
왼쪽에는 선글라스를 끼고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는 청년 2명과 젊은 여성이 배를 기다리면서 밝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둘이서 대화를 하다가 나를 보더니 브이를 그리면서 밝게 웃었다. 검게 그을린 피부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건강해 보였으며,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에서는 같은 관광객으로서의 동료감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유럽의 젊은 부부로 보이는 친구가 나를 향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자세히 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와 같은 기종을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럽인으로 보였는데 캐논Canon 카메라를 가지고 자유롭게 촬영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살며시 웃는 모습이 같은 기종의 카메라를 갖고 있으니, 우리는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10여 분 기다렸는데 멀리서 유람선의 고동 소리가 들리면서 이곳에 도착하였다. 선장으로 보이는 분의 자상한 미소와 차례대로 배에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붉은색 옷을 입고 배낭을 메고 배에 오르는 청년이 눈에 들어왔는데, 여름 날씨에 더워서 그랬는지 혀를 내밀고 두 손에는 유람선 티켓을 들고 승선하는 모습이 익살스럽게 보였다. 자세히 보면 멘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데 헤아 골키퍼와 많이 닮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0~50명의 관광객이 모두 탄 상태에서 할슈타트 마을로 향했다. 유람선 뒤쪽에 자리하고 우리가 내렸던 할슈타트 역 쪽을 바라보았는데, 그때 마침 5칸짜리 기차가 왼쪽의 할슈타트 기차역을 지나쳐 가고 있었다. 예쁜 빨간색과 흰색의 기차가 호수와 뒤쪽에 병풍처럼 버티고 있는 울창한 숲 속을 뚫고 달려갔다. 또한, 그 옆 오른쪽 섬에 있는 작은 궁전 같은 집이 눈에 들어왔다. 영화에서나 본듯한 모습이었다. 그런 화면을 뒤로하고 마을의 오른쪽에는 중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집들이 호수에 비쳐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했다.
특히 물이 움직이면서 호수에 투영된 울창한 숲과 집이 자유자재로 변하는 모습에 바라보는 내내 흥분되었다. 지평선과 호수가 맞닿는 시점과 유람선이 있는 곳까지 조금씩 변화되면서 오는 물살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였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선착장에서 출발한 지 20분이 안 되어서 마을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섬에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였다. 도착한 배에서 연신 마을의 이쁜 장면을 담느라 카메라로 촬영하는 관광객이 많았다. 할슈타트는 기원전 2000년쯤부터 소금 광산을 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지명에서 보듯이 소금을 뜻하는 켈트어 ‘할’과 마을을 뜻하는 ‘슈타트’를 합쳐서 사용한 복합어로, 할슈타트는 소금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을 어귀에 도착해서 선착장 벽에 붙여진 포스터를 보니 1862년경부터 본격적으로 소금 광산에서 소금을 채취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석탄을 캐기 위한 1차 산업의 전진 기지였으나 1979년 이후부터는 조금씩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있었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