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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아는 두려움, 모르는 두려움

[2016-10-20, 11:27:13] 상하이저널

대학 새내기 시절, 교양과목으로 철학개론을 수강했다. 첫 번째 강의 주제는 ‘죽음’이었다. 힘들어 죽겠다, 배고파 죽겠다, 화 나 죽겠다 입만 열면 죽을 것 같다는 표현을 쓰는 사람들을 들여다 보며 ‘사람들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토론했다. 수업이 끝날 때, 사람들은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죽음 후의 세계를 아는 이, 돌아온 이가 없기 때문에 지금, 현재가 아무리 죽을 것처럼 힘들어도 아는 현재가 더 두렵지 않은 것이었다.

 

반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 두려움도 존재함을 본다. 3개월 동안 음식은 물론이고 물도 못 마시고 침도 못 삼키고 입덧을 했다. 두 번째 입덧을 할 때 멋모르던 첫 번째 때와는 달리 생생한 처음 기억 때문에 몸의 고통보다 더 큰 마음의 고통, 우울증을 겪었다. 아는 두려움이 몸까지 지배함을 경험했다. 

 

 

유난히 사교적이고 친구를 잘 배려하는 둘째가 실수를 방치하다 일이 커졌다. 남한테 상처를 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자기보다 남을 더 배려하며 친구랑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나중에 본인이 옮긴 말이 의도와 달리 많은 부정적 결과를 가져왔을 때 고백하기가 두려웠던 듯 하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웬만한 친구의 잘못이나 실수를 쉽게 용납하고 친하게 지내는 둘째라 특별한 잘못이 없는데도 말 많은 아이들 입에 오르내리고 친구가 없이 혼자 다니는 친구를 보며 늘 마음 한 편이 불편했나 보다. 무의식 중에 쌓인 그러한 앎 덕택에 둘째는 후폭풍이 두려워 많이도 운다. 그리고 처음 겪는 일인지라 본인 때문에 누군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에 스스로에 대해 자책한다. 어른인 내가 보기엔 참 별거 아닌 일인데 말 많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죽을 죄 지은 것처럼 되나 보다. 보아온 거, 본인이 생각한 앎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 성장통이라 생각하기엔 속상하고 안쓰럽다.

 

자녀들이 문, 이과를 선택할 때 적성도 고려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졸업 후 취업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최근 몇 년 보아 온 앎과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이 매일 염려하는 일들이 실제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95퍼센트를 웃돈다. 그러한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알고 있는 다양한 앎 때문에 두려움과 염려에 사로잡힌다. 막연한 앎, 생활 중에서 습득되고 보아 온 선입견들이 마음뿐 아니라 생각까지 지배하는 현실을 보게 된다.


어쩌겠는가? 10대 청소년들이 산처럼 보이는 염려가 40대인 내가 보기엔 별거 아니지만 이 아이에겐 태산과 같은 것을. 현 20대 청년들은 많은 것을 포기한다. 성장 과정 중 습득 된 사회, 정치, 경제에서 보여지는 문제에 도전하고 응대할 동력을 상실한 듯 하다. 나의 20대와 비교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기성 세대로서 염려, 분노, 미안함 등 여러 감정이 뒤섞인다. 30대, 40대, 50-60대 모두가 각자가 직면한 수많은 앎으로 인한 두려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4차 산업 혁명으로 접어 드는 불확실성의 시대, 앎과 모름이 공존하는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두려움이 극대화되는 듯 하다.

 

아이들을 키우며 아이들도 앎과 모름 사이에서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시달린다. 부모가 천막이 되어 주고 그늘이 되어 주며 때론 친구가 움막이 되기도 하며 그 터널을 지난다. 아이들뿐이랴 우리 모두 불확실성의 시대에 사는 어른들로 내가 누군가의 산이 될 수는 없지만 두려움의 빗방울을 피할 우산이라도 되고 싶은 하루하루다.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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