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든 기계든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조금씩 낡아가거나 고장이 난다. 물론 주인을 잘 만나 갈고 닦으면 완숙미야 있겠지만 그래도 세월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은 세상의 모든 이치인 것 같다.
13년차 중국생활 짧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들을 이곳 상하이에서 보냈다. 어떨 결에 남편을 따라 왔고 어린 아들 둘이 이제는 어엿한 청년이 되기까지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맏며느리로 연로하신 시어른들 뒤로하고 올 때는 서운해 하시는 어른들의 적잖은 오해도 있었고 홀로 계신 아버지와 가까이서 모시는 동생가정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보내면서는 생각의 차이로 갈등도 있었고 그로 인해서 부부간의 갈등으로 힘들어 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가며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순간순간 다가오는 염려와 갈등이 있는 것은 살아있음을 알리는 좋은 신호라고 위로를 해본다.
이번 한국행은 정말 내키지 않았다. 처음 이곳에 올 때 건강에 살짝 적신호가 있어서 그것을 빌미로 한국을 다녀오곤 했고 그 시간들이 힐링이 되곤 했는데 이번엔 벌써부터 영 마음이 힘들기 까지 했다.
"당신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럴 거야."
내 마음을 읽은 듯 던진 남편의 말이 불현듯 나를 깨웠다.
'그렇구나 아버지도 동생도 없는 한국의 첫 방문이구나.'
아무튼 그 혼자라는 감정이 비행기 안에서까지 쭈욱 가슴을 뛰게 했고 .그리고 그건 설렘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시지만 내 부모를 대신할 수 없었고 외롭고 허전한 마음을 달랠 수는 없었다.
맑고 푸른 가을이 시작되는 한국에서 나는 시린 가슴을 안고 서울 시내를 걸었다. 그리고 세월 속에서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고국을 떠나 긴 시간 동안 나에게 일어난 변화들을 돌아보며 순간순간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어느새 예전의 어머니 모습으로 변해있는 것을 보니 쓴웃음이 지어졌다. 모든 것은 변하고 있었고 이제 사 그것이 나에게 들어왔다.
"관리를 잘해서 건강이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휴대폰에서는 연신 상하이에서 가족들의 사랑의 메신저 휘파람 소리가 울리고 내 마음은 이미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가 있었다.
칭푸아줌마(pbdmom@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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