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에 유독 생각나는 중국음식하면 단연 ‘훠궈(火锅)’다. 알싸한 마라((麻辣)와 용암처럼 시뻘건 국물인 ‘홍탕(红汤)’파, 생선이나 고기, 버섯을 베이스로 한 깊고 진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바이탕(白汤)파’로 나뉘어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훠궈는 겨울철 별미 중의 별미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푸짐하고 저렴하기 즐겼던 서민음식이었지만 요새는 부담없이 즐기기에는 가격대가 많이 높아져 조금 아쉽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맛•저렴한 가격은 물론 소소한 재미까지 더해진 이색 훠궈집 7곳을 소개한다.
70년대 시장 컨셉 훠궈집
二门市•市井火锅
중국의 1970~80년대의 중국 농촌의 모습을 그대로 옮긴 듯한 컨셉의 훠궈집이다. 매점, 촌장사무실, 서기사무실, 채소시장까지 당시의 중국 모습을 재현했다. 4~50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2~30대는 신선한 분위기에 훠궈를 즐길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신경을 썼다.
매장 안의 직원들 역시 촌민과 촌장으로 ‘빙의’해 교복을 입고 완장을 차고 있는 모습이 흡사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분위기만 1980년대가 아니라 음식 가격도 되돌아간 느낌이다. 모둠야채가 25위안, 메뉴판에서 가장 비싼 재료인 생천엽이 58위안에 불과하다.
투박하면서도 자세히 보면 요리에 맞게 플레이팅 되어 있다. 복고풍의 내부 인테리어,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음식 가격, 정통 충칭식 훠궈맛까지 이곳에 가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上海中兴路1098号
•1인당 평균 소비:99元
•영업시간:11:00~22:00
68元에 즐기는 소 한마리 훠궈
辣府肉铺圌•牛排火锅
진정으로 훠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훠궈 ‘탕’을 빼 놓을 수 없다. 토마토탕에 들어있는 토마토를 건져 먹거나 버섯탕에 있는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에 ‘소고기탕’은 그야말로 소 한마리를 다 즐길 수 있다. 오리 선지, 유부 등 10가지 재료가 그대로 들어있고 탕과 함께 친촨 소고기(秦川黄牛肉)가 서비스로 나온다. 이 정도면 아무리 “위대(谓大)”한 당신이라도 만족할 만한 한끼가 될 것이다.
물론 ‘풍성한’ 탕 외에도 이곳의 다른 음식들은 모두 ‘양심적'이다. 68위안에 만날 수 있는 소의 각 부위별로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플레이팅 된 췐니우옌(全牛宴)은 이름 그대로 ‘소고기 파티’다.
매장 안의 벽 곳곳에는 ‘먹방계’의 ‘영혼을 따뜻하게 하는 닭고기 스프’같은 문구가 가득하다. “부추를 먹어야 비로소 내 이 틈사이를 찾을 수 있다.”, “인생은 양파가 있어야 비로소 생강도 있다(원래 人生有冲动,才会有将来에서 冲을 葱으로, 将을 姜으로 바꿨다)” 뜨끈한 훠궈에 마음의 위로까지 얻을 수 있는 곳이다.
•昌里路267号
•1인당 평균 소비: 80-90元
한 손에는 마이크, 한 손에는 국자! 노래방 훠궈
하오러디 음악 훠궈(好乐迪音乐火锅)
30대의 청춘은 노래방(KTV)에서 시작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누구에게는 청춘의 시작점이 되는 이 곳에서 훠궈까지 즐길 수 있다면 어떨까?
시중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하오러디(好乐迪) 체인 노래방에서 최근 ‘훠궈룸(火锅包厢)’을 만들어 화제다. 노래를 부르면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
이곳에서 먹는 훠궈는 일종의 ‘의식’과 같다. 훠궈를 시키면 탕 위에 올려진 ‘모든일이 순조롭다(大吉大利)’라고 쓰인 빨간색 종이를 떼어내야만 식사를 시작할 수 있다. 마작 모양으로 생긴 버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왠지 ‘복’이 들어올 것만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매일 오후 5시 이후에는 15%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친구 또는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다면 전화 한 통화로 예약이 가능하다. 모든 룸에서 훠궈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서둘러야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제 막 훠궈시장에 진출한 만큼 음식 종류는 많지 않다. 이는 앞으로 점차 개선되기를 기대해본다.
•淮海中路483号3楼
•1인당 평균 소비: 100元
이 훠궈 한 그릇이면 콜라겐 100% 충전
라오스치훠궈(老十七火锅)
1인당 100위안이면 콜라겐을 빵빵하게 충전할 수 있는 훠궈가 있다. 마치 신선로처럼 생긴 3층 냄비에 무려 1kg의 족발이 가득하다. 본격적으로 훠궈를 즐기기 전에 뜨끈한 국물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돼지 족발을 뜯고 살코기까지 몇 점 먹는다면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다.
이곳은 상하이에서 가장 먼저 족발 훠궈를 시작한 곳으로 대표메뉴인 라오마티화궈(老妈蹄花锅)는 8시간동안 돼지뼈와 족발을 우려낸 국물을 사용한다. 일명 ‘마스크팩 국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콜라겐이 가득 담긴 이 훠궈는 뽀얀 사골국물 외에도 강낭콩, 연밥, 더덕, 인삼 등이 들어있어 그야말로 보약중의 보약이라 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돼지족은 지방은 적고 콜라겐은 풍부한 전지, 즉 앞다리만 사용한다. 야들야들하고 쫀득쫀득해져 뼈가 쏙쏙 발릴 때까지 삶은 앞다리를 진한 국물과 함께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빨간 국물속에 있는 매콤 족발도 빼 놓을 수 없다. 비법소스로 간을 해 6시간동안 삶아낸 매운 족발도 별미다. 탱탱하고 탄력있는 돼지껍질에 고추기름이 흘러 자르르한 윤기까지 더해져 한 입 깨물면 쫀득쫀득한 식감이 예술이다.
•胶州路945号3楼(长寿路)
•1인당 평균 소비: 100元
•영업시간: 11:00~다음날 새벽 3:00
훠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단연 쓰촨식 훠궈다. 마오밍난루의 문예청년의 길을 걷다보면 정통 쓰촨식 훠궈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훠궈를 맛본 충칭출신 사람들에 따르면 “오리지널 충칭식 훠궈다”라며 약간 매운맛조차도 충칭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쓰촨식 매운맛 재현에 공을 들였다.
유독 달달한 음식을 좋아하는 상하이인들 때문에 그동안 매운맛 다운 매운맛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하다.
속 버리는 매운맛은 진정한 매운맛이 아니라 고통일 뿐이다. 이곳의 탕은 무작정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감주와 쓰촨성의 라오잉차(老鹰茶)를 넣어 풍미는 살리고 아린 속은 달래준다.
신선한 마블링 소고기, 주꾸미도 보글보글 끓는 홍탕에 넣어 먹으면 알싸한 매콤함에 입안을 감도는 것이 일품이다.
수 십 가지가 넘는 소스에 익숙한 당신이라면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이곳에서 제공되는 찍어먹는 소스 재료는 단 4가지! 다진 마늘, 고수, 참기름, 굴소스 뿐이다. 소스는 간단할수록 훠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자칭 ‘훠궈 고수’ 충칭인들이 즐기는 방식 그대로를 가져왔다.
•茂名南路56号
•1인당 평균 소비: 100元
쓰촨에서 HOT 한 꼬치 훠궈집, 상하이 상륙
牛华八婆火锅串串
원래 이곳은 30년 역사를 자랑하는 쓰촨의 명물 꼬치훠궈집이다. 쓰촨에서 하루에 10만 개의 꼬치를 판매했다는 ‘전설의 그곳’이다. 중국 전역의 전통의 맛이나 음식의 역사를 소개한 다큐멘터리 ‘혀끝에서 만나는 중국(舌尖中国)’ 프로그램에 소개되었던 바로 그 집이다. 상하이에는 지난달 진출했다.
실내 인테리어가 약간 촌스럽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한 때 이곳 때문에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적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소문난 ‘맛집 중의 맛집’이다.
가장 유명한 음식은 꼬치훠궈지만 각종 향신료를 넣은 기름에 꼬치를 튀기는 러산유 꼬치튀김(乐山油炸串)도 별미다.
꼬치 한 개당 1위안도 채 안되니 고민하지 말고 다양한 꼬치를 다 맛보길 권한다. 훠궈를 먹다가 입가심으로 먹어도 좋을만한 음식은 ‘카라멜 연두부’다. 부드러운 연두부 위에 달콤한 카라멜이 뿌려져 있어 입안을 달랠 때마다 먹으면 좋다.
•长宁路890号玫瑰坊2层F10室
•1인당 평균 소비: 68元
스테이크&수제버거와 함께하는 이색 훠궈
Yasmine’s 茉莉火锅&西餐厅
원래 이곳은 스테이크와 수제 버거를 파는 곳이었다. 현재는 호주 M5 소고기 훠궈를 판매하고 있다. 위의 6개 훠궈집 보다 약간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질 좋은 호주산 소고기로 맛보는 훠궈라는 점에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워낙 질 좋은 소고기를 쓰기 때문에 어떤 부위를 시켜도 실패하지 않는다.
원래 스테이크 레스토랑이었기 때문에 실내 인테리어도 나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다. 왁자지껄 떠들며 먹는 훠궈집보다는 연인끼리 데이트 하면서 즐길 수 있는 훠궈집이다.
•襄阳北路93-3号(襄阳店)
•1인당 평균 소비: 110元
이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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