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문제를 두고 중국과 영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영국 제러미 헌트 외교장관이 4일 중국 정부에 경고 메시지를 전해 양국 외교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5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제러미 헌트 영국 외교장관이 4일 BBC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은 홍콩 시위대 문제로 심각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영국 정부는) 모든 선택 사항을 유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헌트 외교장관은 “중국에 제재를 가하거나 외교관을 추방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할 것이라고 확언할 수 있는 외교장관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중국에 제재를 가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다.
환구시보는 즉각 ‘영국 외교장관의 중국 제재 위협? 영국 언론도 안 속는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신문은 BBC 기자가 4일 평론에서 “영국은 중국에 압박할 만한 외교적, 경제적 카드가 매우 적다”며 “중국과의 무역 이익은 브랙시트 이후 영국에게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헌트 장관의 위협이 영국 현지 언론도 믿지 않을 만큼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신문은 BBC 외교부 랜달 기자가 “영국과 중국의 언론전은 양국의 무역 이익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헌트 장관이 중국이 직면할 ‘심각한 결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영국이 압박할 수 있는 외교적, 경제적 카드가 적고 그 역시 양국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 분석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3일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홍콩 문제를 두고 “중국 정상에 직접 ‘우려’를 표했다”며 “홍콩의 자치권은 매우 지극히 중요하며 반환 협정에 규정된 권리와 자유는 반드시 존중 받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중국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은 일단 자제하고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면서도 “만약 영국 일부 인사가 잘못을 고집하면서 깨닫지 못하고 계속해서 잘못을 반복하면 (우리도) 반복해서 말해야 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이는 앞서 헌트 장관이 2일 “런던은 제한된 민주주의와 자유를 지키려는 이들 곁에 서 있을 것”이라며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겅황 대변인이 “(영국이) 식민지 시절 환상에 젖어있다”며 ‘헛된 망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한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풀이된다.
헌트 장관의 발언 이후 지난 3일 류샤오밍(刘晓明) 주영 중국대사는 이례적으로 영국 정부를 겨냥한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 정부 일부 관계자들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폭력, 위법 시위대에게 힘을 싣고 있다”며 “이들은 홍콩 법치를 교란하고 홍콩 정부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이날 밤 영국 외교부는 류샤오밍 주영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이에 대해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4일 “류 대사는 3일 사이먼 맥도날드 영국 외교부 사무차관과 접견을 했으며 두 사람의 대화에 기자회견과 관련된 이야기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주권 반환 22주년인 지난 1일 입법회 청사를 무력으로 점거한 홍콩 시위대 중 13명이 4일 처음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현재 입법회 점거 시위대를 대상으로 대규모 검거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