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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상하이 92] 사하맨션

[2020-09-10, 20:37:10] 상하이저널
조남주 | 민음사 |  2019.05.28.

<82년생 김지영> 조남주 작가의 따끈한 신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산 한 권의 책 <사하멘션>.   
읽는 내내 아까웠다.  너무 좋아서 한 번에 보내고 싶지 않아서 어느 곳에 머물러 곱씹다가, 잠시 만끽하고자 내려놓고 한 며칠을 취하고 정신이 돌아와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같이 걸으면 어느새 우울하게 되고, 비참하다가 현실에 회자되었던 우리를 가슴 아프게 했던 여러 사건들이 오버랩되다가 어느새 꽃이 되고 나비가 되었다.  설정이 참신했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었다. 

아무런 비전도 없던 도시에 기업이 내민 악마의 손,  지자체는 파산하게 되었고 도시는 그 기업에 인수되어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하였다. 기업은 국가가 되었고 ( 일명 타운이라 함)  원기업은 생활산업부로 편입되고 타운은 공동총리제로 운영된다. 그곳에는 L과 L2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사하’라고 불리는 L도 L2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마땅한 이름도 없는 이들 ‘너희는 딱 거기까지 ‘라고 해도 항명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갑작스러운 살인을 저지르고 도피하다 흘러 들어간 곳 사하멘션 - 진경과 도경처럼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멘션 자체 회의를 통해 받아들이는데 무뚝뚝하지만 정이 있다. 사하멘션 사람들의 그 힘들었던 과거와 현재가 뉴스에서 본 듯, 영화에서 본 듯 읽는 내내 시간이 흘러 잊고 지냈던 사건들까지 떠오르면서 함께하고 있었다. 그  삶을 살아내야 하는데 정신이 참 맑다. 이용당했고 어리숙했지만 내적 자유가 있었다. 그들에게 불어오는 향긋한 바람.

‘난 이제 지렁이나 나방이나 선인장 그런 것처럼 살아만 있는 거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p112 

‘견딜 수 있을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으스스한 골목에서 뒤를 돌아보는 일, 미심쩍은 문을 굳이 열어 보는 일, 다 아물지 않은 피딱지를 일부러 떼어 내는 일.  안 하는 게 낫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확인하고 싶었다.’ p114

‘아니요. 위로받아도 됩니다. 위로와 배려를 받게 되면 받는 거고, 받았더라도 따질 게 있으면 따지는 거고 그리고 더 받을 것이 있다면 받는 게 맞아요.’   p164

‘우미는 자신의 몸이 이정표가 되기 위해 뜯기고 버려지는 빵 같았다.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뜯어내다 보면 내 몸에는 뭐가 남을까. 헨젤의 빵은 새들이 모두 쪼아 먹어버렸고 그레텔은 결국 집을 찾아가지 못했지’  p272

‘너를 그냥 잃을 수는 없지. 아직 넌 우리에게 알려줘야 할 게 많거든. 이대로 놓아 버리기엔, 여기까지 온 게 너무 아깝다.’   p299

‘봄이 아련한 줄 몰랐고 여름이 반짝이는 줄 몰랐다. 가을이 따사로운 줄 몰랐고 겨울이 은은한 줄 몰랐다. 아무것도 몰랐다. 이렇게는, 살았다고 할 수 없겠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겠지.’  p325

그리고 마지막 구절인 진경의 외침 

‘당신 틀렸어. 사람들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어.’ p368

잃었다고 했는데 돌아보니 다른 것을 많이 얻었고 얻었다고 자신만만했는데 돌아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걸 깨달으면서도 지금 이 현재는 비춰지는 모습으로만, 들리는 소리만으로 날 계속 눈속임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라고. 원래부터 그랬다고.  계속 고꾸라지는 모습에 원래부터라는 건 없었다고 ‘사하’는 말하고 있다.

Cindy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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