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주인은 누구인가?
‘주인’이라 함은 물건이나 대상을 소유한 이를 일컫는다. 때로는 집안이나 조직을 책임감을 느끼고 이끌어 가는 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지구라는 거대한 행성을 책임감을 느끼고 이끌어 가는 주체적인 존재, 그렇다면 지구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간은 당연히 지구의 주인을 인간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땅을 나누고 소유하고 지구 곳곳을 개발한다. 이제는 지구를 벗어나 우주까지 그 지경을 넓힌다. 아마존의 자연을 개발해 숲을 없애고 그 자리에 공장을 세우고 가축을 키운다. 화석 연료를 땅에서 캐내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어 전 세계를 여행한다.
그런데 인류라는 주인은 참으로 이상한 주인이다. 본인들의 터전인 지구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이용하며 지구에 본인들이 입고 먹고 사용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버린다. 태평양 한복판에 쓰레기 섬이 생기고 땅에 온갖 폐기물과 쓰레기를 매립하고 남북극의 거대한 빙하가 사라져도, 멸종동물이 늘어가도 인간이 늘어가기 때문인지, 그래도 지구는 괜찮을 거라는 안일함 때문인지 개의치 않는다. 환경학자와 생명 시스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속해서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를 경고한다. 2020년 지구의 주인이라 여긴 인간에게 지구라는 행성이 직접 보내는 적색 경고 신호들이 포착된다.
지리책에 나오는 시베리아 동토 최북단 베르호얀스크의 여름이 37-8도를 넘나든다. 동토가 녹은 자리에서 메탄가스들이 대량 배출되며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급기야 산불까지 났다. 언 땅에 갇혀 있던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세상으로 나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 생물학자들은 경고한다. 시베리아가 이렇게 덥다 보니 오히려 중위도 지역은 시원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유기체처럼 연결된 지구의 대기와 바다는 시베리아의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지구 곳곳이 홍수와 폭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만 하더라도 싼샤댐 수위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고 한국 곳곳에서도 물난리 소식이 전해진다. 중동지역은 인간이 과연 살 수 있을까 싶은 50도가 넘는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발현 주기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02년 사스부터 2009년 신종플루까지는 7년, 2015년 메르스 발현은 6년, 코로나 19는 5년 만에 발현되었다.
또한, 최근 감염병은 모두 인수 공통감염병으로 인간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바이러스들이 주를 이룬다. 바이러스가 동물과 인간종의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미국의 수의학자 제롬 월터스는 이러한 원인으로 지구 환경 파괴를 꼽는다. 그는 감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을 에코데믹으로 바꿔 부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인간에게 메르스를 옮긴 중간 숙주는 낙타로 알려져 있다. 낙타와 박쥐가 만날 일이 없는데 자연 파괴로 박쥐들이 마을로 날아들며 낙타와 자주 마주치고 낙타에게 바이러스가 전해지고 사람에게 전해지기 쉬운 형태로 변화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 19의 중간숙주로 지목되는 천산갑도 사람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지만 사람이 보양식으로 섭취하면서 위험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숲이 벌목되어 사라지고 토종 동물들이 도살될 때마다 미생물은 주변으로 더욱 흩어지고 퍼진다.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든지 멸종되든지 두 가지 길을 걷는다. 77억이 넘는 인간은 바이러스가 가장 선호하는 숙주가 되기에 적합하다. 수도 많은 데다가 새처럼 멀리 이동도 가능한 최적의 숙주이다. 주인 행세는 하되 주인의식이 없는 인간의 행동이 부메랑이 되어 인간에게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욱 빨리 돌아오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에 인간은 지구의 한 일부분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러스 하나에 하늘길이 막히고 기세등등하던 인간들이 갈팡질팡한다. 결국 인간도 지구가 제공하는 삶의 터전을 이용하는 한 종에 불과함을 보게 된다.
지구가 보내는 빨간 경고에 인간이 반응할 때이다. 지구의 주인은 지구 자체다. 지구가 인류에게 계속 경고장을 보낸다. 인류에겐 아직 선택할 길이 남아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후 온난화를 가속하는 개발을 자제하고 환경협약을 준수하며 지구가 인간의 것인 것처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제동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경고를 무시하고 달려서는 안 된다. 30년의 세월이 흘러 북극곰을 책에서만 보게 될까 봐 무섭다.
학생기자 한주영(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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