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집행부, 총영사 상견례에 참석 거부
“한국상회 정통성 위협하는 불법행위자 참석 묵과하는 영사관에 항의”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발걸음을 하지 말아라. 오늘 내가 걸은 발자국은 뒤따르는 이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김승호 제15대 상하이총영사가 교민들과 첫 인사를 나누는 자리에서 김구 선생의 ‘답설야중거, 불수호란행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을 강조했다.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등 교민사회가 잘 만들어놓은 발자취를 따라서 잘 가면 된다는 뜻을 전했다.
김승호 신임 총영사는 상하이 도착 후 2주간 격리를 마치고 지난 23일 교민들과 상견례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상하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구 선생이 후손들에게 남긴 ‘답설야중거’의 교훈과 함께 상해한국상회의 마스크 외교, 전세기 등 코로나 대응을 잘 해온 교민사회를 극찬했다.
또한 김승호 총영사는 “엄마 뱃속의 태아는 몸 속 장기 중 가장 먼저 심장이 생긴다. 심장이 피를 돌게 해야 태아가 자란다. 한중 관계의 심장은 피를 돌게 하는 상하이”라며 상하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김 총영사는 이어 "상하이 교민사회의 코로나 대응 소식을 한국에서도 접했다. 중국에서 보내온 마스크 박스에 ‘동주공제(同舟共济)’라고 쓰여진 것을 봤다. 같은 배로 어려운 시기를 넘어가자는 문구가 와 닿았다. 확인해보니 상해한국상회의 마스크 외교가 먼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좋은 일을 하시는 분들과 3년간 인연을 맺게 돼서 기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마스크 외교의 주인공, 3년간 인연을 맺게 될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집행부들은 이날 총영사관의 교민 상견례 자리를 보이콧했다. 25대 집행부와 이준용 신임 회장 등 10여 명은 이날 행사 참석을 거부한 것이다. 이유는 ‘상해한국(인)상회’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대표성을 사칭하며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의 정통성을 위협하고 다니는 사람이 행사장에 참석하는 것을 묵과하는 총영사관에 항의를 표현하겠다는 것.
지난 18일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는 총영사관에 공문을 보내 “상해한국(인)상회 회장을 자칭하고 다니는 P씨가 행사장에 등장할 경우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 임원 전원은 즉각 퇴장하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에서 정식 인정받은 단체는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이며, P씨가 만든 ‘상해한국(인)상회’는 불법단체”라며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의 정통성과 적법성을 무시하는 자칭 회장이 영사관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
총영사관은 상해한국상회의 공문에 회신은 없었으나, 상해한국상회에서 지목한 사람이 상해한국(인)상회 자격의 초청 대상은 아니지만 교민으로 참석하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상해한국상회(한국인회)는 “버젓이 SNS와 명함 등에 한국상회 로고를 사용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교민을 영사관에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것에 지속적으로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교민 상견례에는 정부기관•지자체•교민단체 대표, 상하이 화동지역 기업인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눈 덮인 들판에 먼저 걸었던 선배들의 이정표를 무시한 채 함부로 발걸음을 한 사람, 이로 인해 이날 상견례는 마스크 외교의 주인공들이 빠진 반쪽 짜리가 됐다. 총영사관도 다음날 홈페이지에 ‘상하이’가 빠진 ‘화동지역 교민대표 상견례’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고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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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칭하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라니...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