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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 사회평론 | 2019년 11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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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논어 에세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논어>에 관한 에세이이자, 한겨레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논어라니, 논어를 다룬 책은 참 많기도 많지만,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가 아니던가. 나는 김영민 교수 특유의 유머와 탁월한 글솜씨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책 제목에 담긴 ‘희망’을 품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히 추천의 뜻을 전한다.
김영민 교수는 논어에 대한 깊은 연구를 통해 얻은 <논어>를 새롭게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이 책은 저자가 연구하고 있는 총 4가지 논어 프로젝트(1. 논어 에세이 2. 논어 번역 비평 3. 논어 해설 4. 대안적 논어 새 번역) 중 첫 번째로서 ‘논어 이야기의 전부가 아니라 그 이야기로 안내하는 초대장’이라고 소개한다. 그래서일까. 지루한 구절구절의 주석해설이 아니다. 그렇지만 인과 예 등의 논어 핵심을 제대로 짚어준다.
문학과 영화, 정치와 문화 등을 폭넓게 인용하고 비유하면서 仁, 正, 欲, 權, 習, 敬, 知, 省, 孝, 無爲, 威, 事, 再, 現, 敎學에 대해 작가만의 독특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러나 묵직하게 이야기한다. 단번에 이해가 되지 않아 두 번 세 번 다시 읽기를 해야 했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작가 특유의 재치와 탁월한 글솜씨는 다음 장으로 이어갈 수밖에 없게 한다. 논어 구절들이 낯설어도 충분히 흥미롭게 따라갈 수 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논어>는 역사 속의 텍스트일 뿐이고 논어의 주인공인 공자 역시 당대의 문제와 고투한 지성인에 불과할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논어>를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지 말기를, 현대 사회의 느닷없는 해결책으로 숭배하지 말기를, 서구중심사회의 대안으로 설정하지 말기를 ‘제안’하며 동양고전 읽기에 있어 경계해야 할 점들을 짚어준다. 그저 논어를 매개로 해서 텍스트를 공들여 읽는 사람이 되어보자고 소박한 희망을 이야기한다. 혹 ‘고전의 지혜가 살아있게 된다면, 그것은 고전 자체의 신비한 힘 때문이라기보다는, 텍스트를 공들여 읽고 스스로 생각한 독자의 덕분’일 것이라 하며, 그럴 때 <논어>는 양질의 지적 자극을 줄 것이라고 우리에게 고전을 읽을 힘을 실어준다.
책 제목인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논어>와는 어떤 관계인지는 책 초반에 나온다. 내가 낚였던 ‘희망’은 내게 충분히 희망이 되어주었다. ‘논어’ 하면 떠오르던 고루한 ‘인과 예’ 가 새로이 이해되고, 사랑과 욕망, 공동체와 연대 등을 떠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고전 텍스트를 읽음을 통해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삶과 세계는 텍스트이다." p.17
“200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공자 혹은 <논어>의 메시지가 변형되지 않을 리 있겠는가. 소위 ‘유교’ 전통 안에 원래는 없던 여러 가지 잡다한 요소들이 그 과정에 끼어들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복잡해진 전통을 다시 간명하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단순화가 일어나지 않겠는가. p.262
박은희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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