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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스토리 in 상하이] 내 800위안 돌리도

[2021-11-04, 15:52:23] 상하이저널

“띠링~” 

내 핸드폰으로 800원이 인출이 됐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800위안이 갑자기 어떻게 나간 거지?” 

애니메이션 전람회 갔다가 막 들어오는 둘째 아이한테 물어보니 자기가 홍콩 사람한테 빌려줬는데 다음날 갚는다고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왓???”

친구랑 학교 앞에서 헤어져 집으로 오는데 어떤 아줌마가 다가와 자기는 사업하는 홍콩 사람인데 코로나 때문에 홍콩에 갈 수 가 없어 호텔비를 좀 빌려주면 다음날 반드시 갚겠다고 해서 위챗으로 800위안을 보내줬다는 것이다. 

‘우리 애가 이렇게 바보였나?’ 너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 혹시 몰라 비상금으로 넣어둔 800원을 이렇게 홀랑 날려먹을 줄이야.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 걸로 착각하고 있는 둘째 아이한테 화를 삭이며 그들은 사업하는 홍콩 사람이 아니고 사기꾼이라고 설명을 해주고 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신고한지 10분 만에 경찰이 집으로 왔고, 그 사람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묻길래 잡아서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얘기했다. 

그랬더니 경찰은 느닷없이 저녁을 먹었는지 부터 물었다. 토요일 저녁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고 우리는 이미 저녁을 다 먹었다고 했더니 그럼 여권 챙겨서 경찰서로 같이 가자고 한다. 경찰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파출소에 도착했다. 창구에 앉아 정식으로 사건을 접수했고 CCTV를 돌려 범인을 찾아냈다. 이 과정이 끝나니 8시가 넘었다. 왜 저녁을 먹었나 물어보았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위챗으로 이체한 내역을 증거로 제출해야 하는데 그건 파출소가 아닌 관할 공안국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밤 9시쯤 집 앞으로 픽업 나온 경찰차를 타고 좀 더 멀리 있는 공안국으로 향했다. 경찰차 안에는 우리 말고도 아까 파출소에 앉아있던 여성 두 명이 타고 있었다. 파출소에서 우리 아이가 진술을 할 때 옆에서 듣고 있다가 피식 웃었던 그들이었다. 공안국에 도착해 다시 한번 진술을 하는데 우리 애를 비웃던 그 여성들은 남을 비웃을 처지가 아니었다. 그들은 사기꾼이 제공한 앱으로 몇 만 위안을 이체한 후 사기라는 걸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그날 하루 창닝구에서 이렇게 저렇게 금전 피해를 당한 사람이 서른 명을 넘었고 우리 아이가 최연소 피해자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모든 과정이 끝나니 밤 11시. 경찰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하는 길에 운전을 하고 있던 경찰이 갑자기 핸드폰에 뜬 사진 두 장을 보여주며 누가 범인인지 지목할 수 있냐고 물었다. 집으로 향하던 차는 다시 파출소로 방향을 돌렸고, 12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범인을 지목해 보라고 해서 범인을 지목하고 집으로 오니 밤 12시. 

다음날 아침 8시, 범인으로부터 둘째 아이 위챗으로 800위안이 이체됐다. 나는 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이 돈을 받아도 되는지 물었다. 파출소 얘기인즉 이미 범인은 잡았으며 아이에게 접근해온 범인은 한 명이었지만 그 근처에 공범이 한 명 더 있었고, 한 명이 잡히자 공범이었던 다른 한 명이 범죄 사실을 무마하려 돈을 이체 한 것이니 절대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벌써 범인을 잡았다고? 중국 경찰 대단하네, 사실 나는 800위안만 찾으면 되긴 하는데….’

돈을 받으면 없던 일이 된다니 아쉬움을 뒤로하고 돈을 받지 않았다. 그 후로 몇 분 뒤 다시 파출소에서 전화가 왔다. 범인에 대한 판결문이 나왔으니 사인하러 오라는 통보였다. 구류 15일. 겨우 15일이라니! 판결에 이의가 있으면 60일 이내에 소송을 걸 수 있단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800위안 받을 걸….’

이 얘길 들은 큰아이 친구는 놀라면서 자기도 초등 때 똑같은 일을 당해 200위안을 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옆에서 듣고 있던 이 친구 엄마는 “너 그때 20위안 줬다며? 200위안이었니??” 

잔잔한 남의 가정에까지 돌을 던지고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됐지만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아까운 내 800위안 돌리도!”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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