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중국 상무부가 발표한 ‘생필품 비축’ 권고로 불을 지핀 불안감이 중국 각지 ‘사재기 현상’으로 이어졌다.
4일 극목신문(极目新闻)에 따르면, 최근 중국 충칭, 허난 정저우, 장쑤 창저우, 치동, 안후이 벙부 등 다수 지역에서 심각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장쑤성 창저우 톈닝구(天宁区)의 한 대형 마트에는 평일이었음에도 쌀, 밀가루, 면, 식용유 등 생필품 구매를 위해 찾은 시민들로 가득했다. 마트를 찾은 한 시민은 “계산을 위해 두 시간 동안 줄을 서야 했다”며 “대부분 카트에 쌀, 밀가루, 기름을 대량 쌓아 놓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장쑤성 치동시 대형 마트의 생필품도 동이 났다. 한 대형 마트 직원은 “2일 오후부터 마트 카트가 부족할 정도로 손님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한 손님은 심지어 한 번에 쌀 300kg를 대량 구매해 재고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충칭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연출됐다. 한 충칭 시민은 “마트에 쌓여있던 쌀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며 “기름, 돼지고기, 밀가루, 면 등도 진열대에서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트 관계자는 “이번 사재기 현상은 손님들이 중국 상무부의 ‘생필품 비축’ 관련 통지를 본 뒤 불안한 마음에 달려온 것으로 코로나 상황과는 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 1일 ‘올 겨울, 내년 봄 채소 등 생필품 시장의 안정 가격 보장 공급에 대한 통지’에서 “가정은 일정 수량의 생필품을 비축해 일상 생활과 돌발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안내했다.
이 문구는 인터넷을 통해 삽시간에 퍼졌다. 현지 누리꾼들은 악화된 양안관계를 지적하며 정부가 ‘전쟁에 대비하라’는 사인을 보낸 것으로 확대 해석했다. 여기에 일부 지방 정부가 발표한 ‘비상물자 비축 권고 목록’ 문건과 사진이 퍼지면서 이른바 ‘전쟁설’에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2일 장쑤성 응급관리청은 논란의 ‘비상물자 비축 권고 목록’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문건으로 올해 극단적인 날씨 및 자연 재해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공공 안전 의식을 높이기 위한 정상적 업무 배치라며 논란을 진화했다.
실제로 해당 목록은 지난 2014년 5월 베이징에서 처음 발표된 문건으로 올 초부터 시안, 후난성, 광저우 등 전국 다수 지역에서 발표된 바 있다.
한편, 중국 국가 식량 물자 비축국 관련 책임자는 3일 “현재 식량 재고 총량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국내 식량 시장 공급을 완벽하게 보장할 수 있다”고 발표하며 사재기 현상을 진화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