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주백약지장(酒百药之长)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술 역사가 길다. 중국 국내외로 가장 대중적인 술은 칭다오 맥주(青岛), 쉐화 맥주(雪花), 마오타이주(茅台酒)가 있다. 중국의 오랜 주류 역사와 같이 중국의 지역마다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오는 방식으로 제조된 전통주들이 있다. 북송 제1의 시인이자 정치인인 소동파(苏东坡), 중국의 당나라 시대 낭만주의 시인 이백(李白) 등 이들 모두가 술을 사랑하며 글을 쓴 애주가 문학인들이었다. 이처럼 중국의 오랜 주류 역사가 있었기에 중국의 문학도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
티베트족의 막걸리, 칭커주(青稞酒)
티베트족의 방식으로 만든 칭커주(출처:바이두)
중국은 55개의 소수민족과 한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러 민족이 모여 한 대륙을 이루고 있다 보니 주류 역사에서도 다양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제임스 힐턴(James Hilton)이 발표한 소설<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에서 샹그릴라(Shangri-la)라는 지역은 지상의 천국이자 가장 평화롭고 끝없는 행복이 있는 유토피아로 묘사됐다. 하지만 샹그릴라의 위치는 알 수 없었고, 사람들은 지상낙원의 위치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가설을 제기했다. 이후 1997년 중국 정부는 윈난성 디칭 장족자치주(云南省 迪庆藏族自治州)에 위치한 한 도시인 중뎬(中甸)을 샹그릴라(香格里拉)로 표명하며 샹그릴라의 위치에 대한 갖가지 소문을 일축했다. 이 도시에는 티베트족(藏族), 먀오족(苗族), 그리고 후이족(回族) 등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다. 그 중의 티베트족이 43%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다.
티베트족은 새해를 기리는 풍습이 독특한데 그들의 새해는 티베트력으로 시작하여 약 8일 동안 일가친척과 이웃들과 함께 새해를 보낸다. 이때 빠지지 않고 마시는 술이 보리의 일종인 칭커(青稞)를 주원료로 하여 만든 티베트족의 막걸리 칭커주(青稞酒)이다. 칭커는 티베트인들의 주식이기도 하다. 칭커주의 양조법은 우리나라의 막걸리 제조법과 흡사하다. 발효가 끝난 칭커주의 빛깔 역시 하얀 빛을 띤다. 하지만 칭커주의 도수는 40도를 웃돌 정도로 도수가 세다. 티베트인들에게 칭커주는 각종 행사 때마다 등장하는 티베트족의 전통술이다. 또 샹그릴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칭커주도 있다. 칭커포도주는 18세기의 프랑스 선교사가 전해준 포도주 제조법과 티베트족의 칭커주 제조법이 더해져 만들어졌다. 칭커주와 더불어 이 술은 중국에서 처음으로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실렸다.
중국이 사랑한 술, 마오타이주
마오타이주 茅台酒(출처: 바이두)
중국의 국주하면 떠오르는 술이 바로 마오타이주(茅台酒)이다. 마오타이주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세계주류업계에서 3대 증류주인 스코틀랜드 위스키, 코냑 브랜디와 나란히 중국의 마오타이주가 그 반열에 올랐다. 이전부터 중국에는 마오타이주에 대한 노래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마오타이 아름다운 술, 그 이름 높고 무성하네 많은 사람과 더불어 변치 않는 그 맛을 즐기네 바람이 불면 이웃 세 집이 모두 취하고 비 지난 뒤 독을 열면 그 향기 십 리에 퍼진다네.(茅台美酒盛名场,与众不同韻味长,風來隔壁三家醉,雨过开瓶十里芳) 이러한 찬양이 불려 내려올 정도로 중국의 마오타이주 사랑은 각별하다. 마오타이주는 중국 구이저우성 (贵州省)에 있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마을인 마오타이(茅台)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마을의 선간판에는 “중국 제1의 술 마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을 만큼 술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마을이다. 마오타이 마을은 산과 샘물이 어우러져 적하수를 만들었다. 적하수(赤下水)는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 술을 만들 때 필요한 발효 작업 때 유용하게 사용됐다.
기원전 130년대에 한무제가 마오타이주에 대해 언급하며 마오타이주의 역사는 약 2000년 정도라고 예상하지만, 현재 대중적으로 알려진 마오타이주의 양조방식은 청나라때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중국에서 많이 유통되는 바이주는 숙성방식과 향내에 따라서 장향, 농향, 청향, 미향으로 나누어진다. 중국의 바이주(白酒) 중 80%가 농향형이며 많이 알려진 바이주인 우량예(五粮液), 공부가주(孔府家酒) 등의 바이주 역시 이 기법으로 만들어진 술이다. 마오타이주의 경우에는 장향형 바이주이다. 마오타이주는 수수를 주원료로 하여 밀로 만든 누룩으로 발효제 역할을 대신한다. 증류할 때에 수수보다 누룩을 더 많이 사용하여 만드는 술이기도 하다. 약 1년이란 시간에 걸쳐 배합된 술은 밀봉하여 항아리에 담아 3년을 숙성 시켜 만든다. 마오타이주는 구이저우성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마오타이 술 공장그룹이 생산할 정도로 중국의 국주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중국 주류 시장의 현실
落饮의 과일주(출처:타오바오 )
시대가 변함에 따라 대중이 원하는 술의 종류도 변하고 있다. 중국의 Z세대인 90허우(90后)와 95허우(95后) 사이에서는 ‘술 한잔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CBDdata가 발표한 ‘2020년 젊은 층 주류 소비 보고(年轻人酒消费报告)'에 따르면 90년대생들의 술 소비가 늘고 있다고 보고됐다.
하지만 기성세대인 40, 50대들의 주류 소비는 대부분 증류주인 바이주나 전통주에 밀집돼있던 것과 달리 젋은 층에는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과일주, 칵테일, 맥주 등의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편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건강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사회와 떨어져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혼술문화’가 Z세대의 트렌드가 되었다. 주류시장의 주 소비층이 Z세대로 교체되며 저 알콜올 주류시장의 성장 속도 역시 빨라졌다.
중국 Z세대의 음주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전통술과 바이주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중국 바이주 시장은 프리미엄 가격으로 상향 평준화시켜 고급 주류의 이미지를 만들어 상류 대상층을 공략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의 대형 인터넷 쇼핑몰인 징동닷컴(京东.com)에서 이 변화를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최근 1년간 징동닷컴에서 판매되는 바이주는 병당 약 600위안 이상의 제품들로 대부분 가격이 인상되었으며 작년과 비교해 약 55% 이상의 판매 비중이 늘어났다. 바이주가 중저가라는 이미지를 벗고 고급술이라는 이미지를 입고 새로운 소비자층에 사랑받고 있다. 세대가 변화하며 음주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 중국 주류 시장의 대표주자였던 바이주와 전통술의 자리는 젊은 층이 주로 소비하는 과일주, 칵테일, 밀주에 자리를 빼앗겼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며 소비자층을 확대하고 있다.
학생기자 공라영(저장대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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