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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 쌤앤파커스 | 2018.04.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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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간호사를 꿈꾸는 한 학생으로서 ‘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라는 책이 많은 이들에게 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김현아 작가는 21년 2개월을 중환자실 간호사로 재직하며 겪었던 일들을 솔직하고, 현실적이게 표현하였으며, 중간중간에는 답답함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신규 간호사일 때부터, 지난 시간들에 후회가 없어져 미련 없이 병원을 떠나게 된 순간까지의 한 사람이 지냈던 시간에 비하면 책 속의 내용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그 일부를 보았음에도 책의 한 글자도 놓칠 수 없을 정도로 단 한 명의 간호사가 감당해야 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의 무게가 꽤나 거대하게 느껴졌다.
간호사의 일
어떤 사람들은 간호사를 떠올렸을 때, 드라마에서 표현된 것처럼 딱 달라붙는 유니폼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한가로이 병원을 돌아다니는 사람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처음으로 교육을 맡았던 신규 간호사는 환자의 밥을 준비하다 자기도 모르게 자신이 환자의 밥을 한 숟가락 먹었을 정도로 현실과 드라마는 달랐다. 그 신규 간호사는 배는 고프지만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고, 다른 사람에게 밥을 먹여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작가는 그 아이의 솔직함에 황당한 상황에 웃었고 자신이 든 수저가 자연스럽게 환자에게 향하는 날, 정말 좋은 간호사가 될 거라며 확신했다.
이렇게 간호사들은 제때 밥을 못 먹어 위염에 걸리고 화장실 갈 시간도 넉넉지 않아 방광염에 시달리다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들이 적지 않다. 작가는 이 내용에서도 어쩌면 부족한 간호사 인력에 혼자 감당해야 할 일이 많은 간호사들의 상황을 조심스레 얘기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돈이 되지 않은 간호사들은 점점 근무시간을 넘기는 것 정도는 당연히 여기게 되었고, 근무가 끝나면 청소 용역 비용을 메울 미화원이 되어야 했다는 글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비난은 간호사에게 갔다
이전과 다름없이 입원한 환자를 최선을 다해 치료한 환자를 치료했는데 그 환자가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사망자가 되었다. 낯선 감염성 질병에 모든 사람이 혼란스러웠을 시기, 그 환자와 접촉했던 의료진과 환자 80명은 14일간 격리를 해야 했다. 환자의 면회가 금지되었다는 소식에 간호사에게 삿대질을 하며 모든 것이 의료진의 탓인 것처럼 비난을 하였다. 다른 병동의 간호사들의 가족들도 어린이집 밖에 내놓아지거나, 손가락질을 당하는 등의 일들을 겪기도 했다. 이런 일들이 있었음에도 간호사들은 땀에 전 일체형 방호복과 들숨 날숨이 자유롭지 못하는 N95 마스크를 쓰고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꽃잎 몇 장 떨어져도 꽃은 꽃이다
어느 22살의 당돌하고 발랄한 환자는 남자친구의 방화로 인해 두 다리에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화상 때문에 두 다리에 진물이 흐르는 상황에 놓였음에도 자신의 속눈썹을 보는 사람에게 붙인 속눈썹 얼마 안 한다는 대답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이었다. 엄청난 고통 속에서도 당당한 말투였으며, 이불을 다리만 덮고 자 다리에만 화상을 입어 다행이라고 말하였다. 다리 절단이 결정 난 상황에서 의족을 하면 다시 걸을 수 있다는 말에 아직 의족을 사용할 정도로 낫지 않았을 때에도 의족을 껴안고 다녔다. 어느 날,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던 그 환자는 꽉 달라붙는 스키니 진에 부츠를 신고 까르르 웃으며 간호사를 반겼다. 그러면서 마치 다리 굵기 때문에 짧은 치마를 못 입겠다는 말처럼 여름에 짧은 치마를 못 입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마음이 단단하고 긍정적인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동갑내기 환자
외국의 한 휴향지에서 비행기 추락으로 화상을 입어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가 있었다. 간호사는 그 환자에게도 여느 다른 환자와 다름없이 목욕을 돕고 혈압 등 활력 증후와 소변량을 체크하는 등의 일을 했다. 하지만 목욕을 돕는 중에 환자의 두 발을 맞고 포기하였는데 알고 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었다. 비행기 추락 이후 의식을 찾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척을 느껴 막 소리쳤는데 알고 보니 구조대가 아니었던 사람들은 지갑과 소지품을 탈취했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그렇게 치료 후 10년이 지났는데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그 환자는 성공한 사업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뉴스에서는 그녀의 시신이 발견되었고 용의자는 얼마 전 결혼한 백인 남성이라고 설명하였다. 이런 사람들의 삶의 과정과 그것을 보았던 간호사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차마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간호사, 그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에 대하여
요즘은 그래도 사회가 많이 변화한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아직도 ‘간호사’라는 직업을 떠올리면 3교대의 힘듦, 태움 이런 부정적 단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그래서 간호사들이 하는 일과 그들의 노력이 많이 드러나지 못했던 것 같다.
‘간호사는 그 누구보다 정직하고 진심을 다해야 하는 직업이다. 내 환자들은 내가 그들에게 마음을 주고 진심을 다했을 때에만 비로소 좋아졌다. 나는 내 환자들을 어떻게든 지켜내려고만 했을 뿐, 이해관계를 따질 줄 몰랐고 영악하지 못했다. 권력을 쥔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살지도 않았다. 그래서 간호사는 지금껏 다른 직업에 비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고 온갖 부당한 일에도 참아왔는지 모른다.’–<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중에서
이 책의 작가는 간호사를 관두었을 때 비로소 이 직업에 대해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간호사라는 직업을 ‘아름답고도 슬픈 직업’이라고 표현하였는데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곱씹어 보니 이 말처럼 잘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이 없다고 생각했다. 책이 많은 이들에게 닿아 사회의 인식 변화가 시작되고, 간호사들이 끝까지 병원에 남도록 하는 정책이 생기길 희망한다.
학생기자 박서윤(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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