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4조 01항에 의해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로 규정되었다. 대한민국은 1981년부터 꾸준히 장애인의 날과 이 법정기념일이 있는 4월 셋째 주 (장애인 주간)에 범국가적으로 다채로운 기념행사 및 활동을 펼친다. 중국의 경우 매년 5월 15일을 ‘잔질인(残疾人)의 날’ 혹은 ‘장애인 돕기의 날’로 지정했다.
2018년 중국 장애인연합에 의하면 중국의 장애인 인구는 8500만 명, 즉 인구의 6.5% 이상에 해당했고 그 수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전 세계 장애인 비율인 15%와 비교했을 때 절반도 되지 않아 적은 수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한반도의 전체 인구보다도 1,000만 명이 더 많은 엄청난 숫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같은 공간에 살고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과 마주칠 기회가 적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에서 우리가 사회적으로 규정한 ‘장애인’은 잘 보이지 않을까? 근 10년간 중국은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지만, 아직 장애인들이 넘기 어려운 사회적 장벽이 존재한다. 장애인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장애인으로 규정된 이들은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장애인’의 의미
장애인 인식에 대한 가장 분명한 변화는 장애인을 칭하는 용어에 있다.. 1990년 이전에는 ‘불구이며 쓸데없다’ 라는 의미를 가진 잔폐 (残废)를 사용했었던 반면, 최근 중국에서 널리 사용되는 용어는 ‘기형’을 뜻하는 잔질 (残疾)이다. 장애인의 호칭이 점차 순화되는 중이라는 것이 나타난다. 하지만 아직도 단순히 ‘정상과 다르다’고 표현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모든 장애인들이 도움이 필요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재가 있다. 장애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건강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더 포괄적인 용어의 사용이 필요하다. 더 적합한 표현으로 중국장애인연합에서는 ‘불완전하고 방해받은’이라는 의미의 잔장(残障)의 사용을 권한다. 국제적으로는 WHO의 정의를 따라 장애인을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 여기서 장애는 신체적•정신적 손상, 활동의 제약, 그리고 사회적 참여의 제한을 말한다. 장애인을 칭하는 용어의 개선이라는 작은 변화에서부터 사회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에 초점을 두어 적합한 용어를 사용해 이들을 칭해야 한다. 환경과 조건에 따라 모두가 장애인일 수도, 장애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장애인’ 위주의 우리 사회
우리의 사회 제도와 시설은 철저히 사회가 규정한 ‘비장애인’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장애인이 생활 중 많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후난성 창사시(长沙市)에 사는 쉬징줘 씨는 주방과 세면대의 높이가 적합하지 않고 화장실에는 보조 손잡이가 설치되어있지 않아 휠체어에서 생활하며 여러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창사시의 장애인연합회는 누적 4300만 위안(약 77억 원)을 투입하여 빈곤 장애인을 위해 무장애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상자는 7272가구에 불과했고, 이 외의 장애인들은 아직도 일상의 불편함에 노출되어있다.
가장 보편적으로 많은 이들의 편의를 위해서는 공공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중국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건물이 많지 않고, 점자 버튼이 설치되어 있는 엘리베이터는 그 중에서도 일부다. 전반적으로 점자를 찍어내는 가격이 비싸므로 점자 버튼은 편의성에 필수적이지만 자주 생략되곤 한다. 하지만 금전적 이득을 위한 행동은 시각장애인에게는 가야 하는 층의 숫자를 볼 수 없음을 의미하고, 계단을 오르기 힘든 이들에게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 중에서 장애인을 보기 어려운가라는 의문을 가지기 전에 모두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환경을 구성하였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중국 교민의 어려움
중국의 장애인들도 일상생활 중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자국민의 범주에 포함되지 못하는 재외국민, 중국 교민이 ‘장애인’에 해당할 때 더 큰 문제를 맞닥뜨리게 된다. 중국에서는 외국인이기 때문에 중국 장애인연합에 가입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모국 한국에서는 한국에 거주하지 않아 장애인등록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장애인 활동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 2항에 따르면 장애인등록을 한 이후에도 재외동포, 재외국민, 그리고 외국인은 장애인 현금 급여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 장애아동 가족 지원, 장애인 보조 기기 지원 등의 대상에는 포함된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가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의 날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규정한 ‘장애인’, 그리고 이들의 불편함과 인권에 대해서 돌이켜봐야 한다. 성과는 아직 미미하지만, 국가가 모든 사회 구성원의 기본권을 보장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이 더 이상 장애인으로 살지 않도록, 모두가 장애인 비장애인의 구분 없이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또 모두가 편안하게 나와 일상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모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 사회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학생기자 이성현(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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