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중국 가오카오(高考,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대입 시험) 응시인원은 1078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 인구의 5분의 1에 달하는 인원이 대입 수능을 치른 것이다. 따라서 대입 경쟁률 또한 계속 높아지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학벌 중시, 붕괴된 공교육과 같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사교육을 근절시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과열된 경쟁은 계속해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한국의 <스카이캐슬>이 떠올려지는 치열한 중국 교육의 일면을 드라마를 통해 알아보자.
<소별리(小别离)>, <소환희(小欢喜)>, <소사득(小舍得)>으로 이어지는 小시리즈는 자녀 교육에 관한 내용을 정면으로 다루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세 작품 모두 루인공(鲁引弓)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중국 중산층 가정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연출하고 있다.
익숙하던 것들과의 이별
소별리(小别离)
•감독: 왕순(汪俊)
•각본: 하청 (何晴)
•출연: 황뢰(黄磊), 해청(海清), 주원원(朱媛媛), 한청(韩青), 왕순(汪俊) 등
소별리는 ‘小’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극중의 아이들은 모두 중학교 3학년, 즉 고등학교 입시 시험(中考)를 앞둔 나이다. 아이들은 중점학교(重点学校, 대학에 가기 유리한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어린 나이부터 뜨거운 교육열 아래에서 성장하게 된다. 평범한 중위권 학생인 주인공 둬둬(朵朵) 또한 좋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학업적으로 특출난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본인이 재능을 가진 글쓰기마저 당장의 학업을 강조하는 엄마의 반대에 부딪혀 포기하게 된다. 소별리에서는 뛰어난 성적을 위한 부모의 집착과 많은 부모들이 심지어는 대학 입시를 위해 조기유학까지 고려하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러한 갈등과 고민을 묘사하며 소별리는 학업을 위해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하는 듯하다.
작은 곳에서 찾는 소소한 행복
소환희(小欢喜)
•49부작/2019. 7. 31.~8. 27.
•감독: 왕순(汪俊)
•각본: 황뢰(黄磊)
•출연: 황뢰(黄磊), 해청(海清), 사일(沙溢), 도홍(陶虹), 왕연휘(王砚辉) 등
小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 소환희는 대학 입시를 앞둔 시점, 전교 꼴찌, 부모님의 이혼, 부모님과의 낮은 유대감 등 다양한 문제 상황 속 대학 입시를 위해 노력하는 세 가정의 이야기이다. 이의 예시로 이혼 가정에서 사는 차오잉즈(乔英子)는 엄마의 혹독한 관리 아래 극심한 학업 스트레스를 받는다. 차오잉즈가 우울감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나서야 그녀의 엄마는 때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켜보며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또, 대학 입시를 경험하며 불안해하는 부모들에게 너무 걱정하기보다는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희생을 통해 마침내 좋은 성적을 얻다
소사득(小舍得)
•42부작/2021. 4. 11.~5. 3.
•감독: 장샤오보(张晓波)
•각본: 저우이페이(周艺飞)
•출연: 송가(宋佳), 퉁대위(佟大为), 장흔(蒋欣), 이가항(李佳航) 등
小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소사득의 극중 부모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행복하게 만든다고 생각해 어린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고 조금의 성적 하락도 용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교 진학(小升初)으로 인해 초등학생들 또한 입시생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옌즈요우(颜子悠)는 엄마의 강요 때문에 좋아하는 축구를 포기하고 공부에만 매진하지만, 엄마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정신적으로도 극도로 허약해진다. 끝없는 압박을 통해 아이들이 순수함과 자유를 잃는 모습을 표현하며 이 드라마는 ‘행복한 어린 시절을 대가로 시험 점수를 얻어내는 행위는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라고 묻고 있다.
中 청소년들의 입시 압박
출발점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명문대 합격을 보장하는 최고의 방법이기에 치열한 입시 경쟁의 대상은 중학생, 초등학생, 심지어는 유치원생까지 끝없이 내려가고 있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좋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그리고 유치원에 들어가야 하고, 좋은 유치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비싼 지역에 집을 구매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가 묘사하는 중국 입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모두가 하나의 목표만을 바라보고 달려 나간다는 것이다. 한국에는 수시와 정시가 있고, 대부분의 외국 대학에서는 서류와 면접으로 학생들을 뽑지만, 중국에서 대학에 가는 방법은 한국의 수능 격인 ‘가오카오’뿐이다. 이에 따라 경쟁 상황에 놓인 학생들에게는 본인의 꿈을 펼칠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학교에 다니는 12년의 과정, 그리고 이 동안 받게 되는 점수가 하나하나 쌓여서 마지막 대입 시험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순간도 심리적 압박을 내려놓을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
중점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면 이후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와 상관없이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중점학교를 제외한 학교들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학생들은 특정 몇몇 학교들에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상하이와 같은 일류 도시에서도 중점 고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들은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입시와 교육을 둘러싼 갈등과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장 치양(Qi Yang Zhang)이 2020년 중국 중고등학생 8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30% 이상의 학생들이 우울증과 불안증세를 모두 겪고 있다고 한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청소년 정신질환 비율인 14%의 2배를 웃도는 수치이다. 하지만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전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정신질환과 우울감을 겪고 있다. 입시를 끝마치고 더 나아가 사회에서 살아가야 할 학생들이기에 이들이 느끼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학생들이 겪는 압박감은 단순히 학교와 부모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청소년이 살아가기에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지 못하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여주지 못한 사회가 반성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학생기자 이성현(상해한국학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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