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위안화 환율이 급격히 올라 한화 1위안당 196원을 기록하며, 최근 10년간 최고가를 달성했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160원대 환율은 이제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환율상승은 외화 수요의 증가를 의미하며, 통화 가치는 수요에 비례한다. 즉, 위안화를 구매하려는 사람이 늘어났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위안화 수요의 증가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위안화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위기 아닌 기회가 된 코로나19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발 빠르게 방역에 성공하며 위안화 절상에 힘을 불어넣었다. 중국은 일찌감치 코로나 대유행을 겪고 ‘제로 코로나’ 정책을 내세워 생산을 정상화해 국가 경제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전 세계 경기 불황의 국면에서도 중국은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출 호조의 양상을 보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속해서 유입되는 등 위안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되며 중국 내 경기 불황의 양상을 보이자, 중국 정부는 이에 대응하고자 강력한 경기 부양 의사를 내비쳤다. 중국 최고 국가 행정기관 국무원(中华人民共和国国务院)은 지난 6일과 13일 진행된 상무회의에서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통화정책 수단을 유연하게 운용하여 실물 경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책 시행을 예고했다. 중국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어 코로나 재확산으로 주춤했던 중국 경제가 회복된다면, 위안화 강세 분위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보다 높은 중국의 실질금리에 늘어나는 외국인 투자자
중국의 실질금리가 미국보다 더 높다는 점도 위안화 가치 상승에 한몫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더 많이 오르는 통화가 강세를 보이게 된다. 미국의 경우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있고, 중국은 경기 안정화를 위해 금리를 내리는 추세이다. 그러나 미국의 엄청난 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실질금리는 오히려 중국보다 낮아지는 상황에 이르렀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의 채권과 주식 매수에 집중하고 있다.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주가 상승에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국채등기결산공사(CCDC)의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월 외국인 투자 기관이 위탁한 위안화 채권 규모는 약 3조 3천억 위안을 기록했으며, 외국인 투자자의 위안화 채권 보유량은 2021년 상반기에만 4천500억 위안 이상 증가하였다. 또한 중국 채권 시장의 연간 해외 자본 유입 규모가 1조 위안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해외 증권투자 자금 유입이 지속되며 달러보다 위안화의 수요가 증가하게 되었다.
위안화 절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떠들썩한 전 세계 분위기 속에서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를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해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퇴출 결정을 내렸다. 이는 국제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제외한다는 의미로, 러시아 화폐인 루블화의 가치 폭락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의 외화보유액이 물거품이 되고, 달러화 거래에 발이 묶이게 되었고, 달러 대신 위안화를 대안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증가하며, 위안화 수요가 급증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스위프트 퇴출의 영향으로 달러와 유로화 사용이 불가능해진 많은 러시아 기업들이 서방의 제재를 피해 중국은행(中国银行), 공상은행(工商银行), 건설은행(建设银行), 농업은행(农业银行) 등의 중국 국영 은행에 계좌 개설을 시작했다. 실제 러시아 해운물류 기업인 페스코(FESCO)는 고객들의 위안화 결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현재 중국과 러시아 중앙은행들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협정을 통해 러시아 금융권이 중국의 독자적 국제 위안화 결제 시스템인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도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러시아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위안화 거래량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원유 거래를 위안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위안화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3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가 국제 원유 거래에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위안화 환율 하락의 가능성이 또다시 멀어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의 대중 수출분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통해 '페트로 위안'으로 불리는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 허용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70년대 중반부터 미국이 사우디에 군사를 지원하는 대가로 기축통화인 달러화로만 원유를 결제하도록 한 ‘페트로 달러’ 체제하에 원유 거래를 해왔다. 만약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게 된다면, 글로벌 기축통화 지위를 뒷받침하는 ‘달러 패권’에 균열이 생기게 될 것이며, 다른 산유국 또한 사우디의 뒤를 따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중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위안화의 기축통화를 추진하며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환율은 경제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항목으로, 환율 변동의 이유를 하나만 콕 집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감염병, 국가 간 갈등 등 미리 예견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이슈들이 환율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위안화 환율이 급등한 지 한 달이 넘어가는 지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엔데믹화 되는 추세이고 세계 경기 회복에 불이 붙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하루빨리 위안화 환율이 적정선으로 조절되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기자 정해인(저장대 광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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