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동네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즐겨 하던 놀이 중에 손등에 모래를 잔뜩 올려놓고 탄탄하게 두드리다 손을 빼면 동그랗게 모래동굴이 만들어지던, 두꺼비 집 짓기 놀이가 있었다. 모래가 좀 촉촉하면 잘 뭉치기는 하는데 손을 빼 낼 때 무너지기 쉽고, 마른 모래는 뭉치지 않아 가지고 놀기가 쉽지 않았던 집 짓기 놀이. 맘에 들게 잘 만들어진 두꺼비 집을 누가 만지지 못하게 옮겨올 수 없어 놀던 장소에 두고 안타깝게 집에 돌아왔다가 다음날 다시 가서 보면 여지없이 무너져 있던 그 두꺼비 집이 요즘 생각이 많이 난다.
9월에 작은 아이가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봉쇄 기간에도 어렵게 온라인 수업을 받고 중카오를 쳤는데 사실 우리 같은 외국인에게 중카오는 애증의 과정이다. 중고등부 국내부를 가기 위해선 시험이 늘 필요한데 중카오는 응시도 할 수 있고 교육국에서 시험 성적을 받은 외국인을 위해 학교 배정도 넉넉하게 잘 챙겨주지만 가장 큰 문제는 비자이다. 만 18세가 되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 비자가 학교마다 입장과 사정이 달라 모두 해결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큰 아이 때는 감사하게도 다니던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이 나서서 비자를 해결해 주셨다. 하지만 과정은 참 번거롭고 전교에서 유일한 외국인 학생을 위해 교장선생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이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또 몇 년 사이에 중등 로컬 국내부를 다니는 학생이 더 줄어들다 보니 대부분 학교에선 이런 과정을 아예 모르거나 해주지 않는다는 곳이 당연하게 많아서 미리 알아보고 학교를 선택해야 했다. 네 살 터울이 이렇게 긴 시간이었나 싶은 과정이었다. 다행히 학교를 선택하게 되었고 무사히 모든 일이 마무리가 되었지만 피로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고 깊다. 이번에 들어간 고등학교는 학교 개교이래 국내부에 외국인 학생이 처음 들어와 굉장한 관심과 기대를 가지게 되었단다.
대학시험보다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중카오, 그것도 붉은 돼지해에 태어나 소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입시에서 피 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2007년생이면서 2022년 중카오 수학문제 유출이라는 고비도 있었던 터라 외국학생의 로컬고등학교 입학시험은 서바이벌 그 자체였다. 사실 성적에 맞게 더 욕심나는 학교도 가고 싶었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로컬 학생과의 경쟁에서 기회를 얻기가 다이어트 20kg 감량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을 내려 놓았다. 요즘은 입학 통지서도 어찌나 이쁘게 잘 만들던지. 귀티나는 입학 통지서를 받아 들고 둘째는 참으로 좋아한다. 자란 몸 사이즈에 맞게 교복을 주문하고 오리엔테이션도 하며 입학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를 기다리며 학교 교정에서 오랜만에 흙냄새와 풀 냄새를 맡았다. 어려서 놀던 놀이터에도 풀도 꽃도 나무도 많았는데. 한 학년, 한 학년 올라가는 시간이 곱게 토닥이며 쌓아 놓았던 두꺼비 집 놀이 같았다. 주어진 시간에 정성을 다해 재밌게 만들고, 새로운 놀이를 하면 모래를 고르고 다시 시작하는 과정이 그런 듯하다. 그래서 놀면서 큰다고 하나. 그 동안 온라인 수업이니 해서 정말 답답한 일상이었다. 제발 좀 9월엔 정상적으로 등교하고 건강하게 하반기를 보낼 수 있길. 날씨도 선선해 동네 놀이터에 가서 두꺼비 집 지으며 주문을 외우고 싶을 정도이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제발 개학해서 학교 좀 가자.
Betty(fish71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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