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국제공항 |
|
어떤 언어든지 감정이나 상태를 표현하는 형용사가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놀라는 것이 한국어의 다양하고 풍부한 형용사라 한다. 3년이나 떨어져 지낸 두 아이를 보기 위해 3년 만에 한국 방문에 나섰다. 그 사이 아픈 소식, 외로움에 힘들어 하는 소식을 영상통화로만 보다가 두 아이가 서로 의지하며 코로나19까지 다 견뎌내고 나서야 두 아이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부지런히 밥을 챙겨 주고 필요한 것을 사 주고 각자 원하는 것들을 원없이 해주리라 생각하며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 감사한 가운데 몇 개월이 흘렀다. 계획한 5개월이 꽤 긴 시간 같았는데 금새 상해에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마지막 주엔 아이들의 겨울을 위해 김장을 계획했는데 어느새 아이들과 함께 담고 있었다. 상하이에서 18년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아이들이라 군대에 간 친구들도, 대학에 간 친구들 중에도 상하이에서부터 이어져 온 친구들이 많았다. 우리처럼 아직 부모님들이 상하이와 중국에 있는 아이들이 많아 군대에 간 친구들은 휴가를 나와도 친구 집이나 친척들 집 외에는 갈 곳이 없는 친구도 있었다. 집에 재워 주고 밥을 먹이며 애틋한 맘이 들었다. 그렇게 챙기다 보니 아이들과 함께 한 김장을 두 아이 주변의 친구들에게 나눠 주었다.
상하이로의 출국을 위해 인천 공항에 일찍 왔는데 그 사이 두 시간 연착 공지가 벌써 떴다. 함께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고 오랜만에 공항 여기저기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인천 공항에서는 마스크를 쓴 풍경 외에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짐을 부치고 입국장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편지를 건넨다. 즐겁고, 행복했던 감정들 사이로 애틋함이 계속 뚫고 올라온다. 아이들을 안아 주는데 애틋함은 눈에 눈물을 맺게 하고 아이들 눈에도 애틋함의 흔적이 어른거린다. 부모로서 자녀로 인해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축복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로 헤어짐이 섭섭하고 안타까워 안아주고 정겹고 알뜰하게 서로를 챙겨주는 감정의 폭풍을 안고 상하이로의 여정에 올랐다.
그래도 아이들이 남겨진 세상은 CO19 앤데믹으로 일상을 회복한 사회라는 사실이 다행스러웠다. 자녀들로 인해 참으로 많은 감정들을 경험했다. 기쁨, 뭉클함, 어여쁨, 벅차오름, 자랑스러움, 뿌듯함…. 2022년의 끝자락에서 애틋함을 선물로 가득 담아 코로나19로 봉쇄와 해제가 한창인 상하이에 복귀했다. 전혀 다른 세상이다. 그 애틋함을 마음에 품고 다시 상하이의 일상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Renny(denrenhan@naver.com)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