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파운드리 강자인 대만 TSMC의 미국 신규 공장이 때 아닌 ‘물’ 전쟁에 뛰어들 판이다.
반도체는 21세기 핵심 자원 중 하나로, 강대국들이 반도체 제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핵심 자원인 수자원 문제와도 직결되는데, 반도체 칩을 만드는 데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IT즈자(IT之家)는 3일 미국 주간지 바론즈(Barron's)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지인 대만은 지난 2021년 반세기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당시 TSMC는 웨이퍼 공장의 정상적인 운영을 위해 트럭을 사용해 물을 운반해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물 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아·태 재단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대만의 주요 댐의 저수량은 4분의 1에 불과하다. 대만은 아열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일년 내내 몬순이 비를 몰고 오지만, 여전히 물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TSMC의 미국 신규 공장이 있는 피닉스 북부 지역은 대만보다 더 건조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TSMC가 이곳에 6개의 웨이퍼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연간 4억9330억㎥의 물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전했다. 이는 16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피닉스 수자원공사의 주관인 카일(Kyl) 수자원정책센터 소렌슨 연구부문장은 “피닉스 지역 물의 약 40%가 콜로라도강에서 나오는데, 이 강은 수백 년 동안 수자원을 놓고 경쟁해 온 미국의 7개 주(애리조나주가 마지막)를 지난다”면서 “20년의 가뭄 끝에 강의 수위는 목표 수위보다 40%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TSMC와 인근 지역에 공장을 둔 경쟁업체 인텔은 반도체 시장뿐 아니라 ‘수자원’을 둘러싼 경쟁도 불가피해 보인다.
콜로라도 강의 약 70% 물은 농업에 사용되며, 지역 농민들은 적정 가격으로 수자원을 배급 받는다. 미국 원주민권리재단 변호사 스테플턴은 “콜로라도 분지에서 최소 29개의 원주민 부족이 물에 대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TSMC 입장에서는 피닉스의 '물 경쟁'은 대만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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