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17-07.23 스위스 인터라켄·루체른·취리히
인터라켄Interlaken에서 만난 자랑스러운 태극기
17일 아침 일찍 민박집에서 나와 리옹 역Gare de Lyon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오전의 리옹 역은 많은 사람으로 붐비었다. TGV LYRIA를 타고 스위스 바젤Basel을 지나서 SBB 스위스 국철로 인터라켄Interlaken으로 가기 위해서 파리 리옹 역 코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소매치기가 유명한 지역이었기에 가지고 있는 짐을 네 명이 함께 둘러싸고 보호했다. 건너편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듯한 가족이 있었는데, 엄마는 어딘가에 전화하고 있었고, 10살 전후의 남매는 말싸움 중이었다. 그러다가 그만 여자 동생이 울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보던 차홍이가 우형이에게 “우리도 어렸을 때 자주 싸우곤 했지?”라고 말했다.
중간중간에 무장 경찰들이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서 관광객들을 보호하고자 정기적으로 리옹 역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 리옹 역의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우형이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다. 물론 리옹에서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의 출발 지점을 알기 위함이 첫 번째 임무였다. 그러나 출발 시각 20분 전이 되어도 우리가 있는 자리로 오지 않았다. 리옹 역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TGV는 15분 전에 탑승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에 우리 일행은 조급하게 우형이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기 바로 전에 우형이가 허겁지겁 도착해서 우리 일행은 가장 늦게 기차에 올랐다.
기차에 올라서 차홍이는 유레일 패스에 무언가를 또 적고 있었다. 유레일 패스Eurailpass를 단체로 구입해서 기차를 탈 때마다 출발 지역과 도착 지역을 적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기재하는 것은 차홍이의 몫이었다. 리옹 기차역을 출발하여 바젤을 거쳐 인터라켄에 도착한 시간은 저녁때가 되어서였다.
인터라켄 서역에 내려서 안내판을 배경으로 차홍이와 우형이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처음 만난 인터라켄의 첫인상은 무척 깔끔했고 공기도 맑았으며, 한여름이었지만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덕에 더없이 산듯했다. 인터라켄 서역에서 다리를 건너 호텔까지는 걸어서 10분 이내의 거리였고, 인터라켄 시내와도 가까웠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계곡 물을 가로질러 다리를 건너자마자 뜻밖에도 태극기가 우리를 마중하고 있었다.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는데 스위스, 프랑스, 영국 국기들보다 위에서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를 보니 무척 반가웠다.
태극기를 보면서 잠시 모국 대한민국을 생각했다. 덕분에 호텔까지 걸어오는 길이 참 가벼웠다. 오른쪽에서는 스위스 인터라켄 정상에서 내려오는 물소리와 저녁 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소리가 청량함을 더해 한여름의 더위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하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서 짐을 풀고 있는데 갑자기 우형이가 비명을 질렀다. 핸드폰을 충전하기 위해서 플러그를 꽂다가 그만 감전이 되고 만 것이었다. 손의 상태를 보니까 검지가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간단하게 응급조치를 하고 나서 우형이는 진정되어 갔다.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고 나서 우형이에게 내일 아침 일찍 융프라우Jungfrau에 오르는 스케줄을 듣고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잠을 자는데 말발굽 소리가 크게 들렸다. 처음에는 무심코 들었는데 두 번째 말발굽 소리를 듣고 창문을 열어보니 창문 바로 밑의 도로에 2마리의 백마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차를 이용하여 관광객을 태우고 다니는 관광용 개인 마차였다. 근사하게 파란 하늘색 모자를 쓰고 말을 몰고 있는 마부의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늦은 밤을 채우던 달빛과 어둠 속을 지나가는 마차의 모습과 저 멀리에서 들리는 말발굽 소리는 스위스의 인터라켄에서 처음 만나는 밤의 정취였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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