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한 30일간의 유럽 여행]
2015.07.18 스위스 인터라켄
융프라우 정상(3,571m)에서 바라본 만년설
스위스 인터라켄에 도착한 그다음 날 아침 일찍 우리는 인터라켄 동역을 통해서 인터라켄 정상에 올라가기로 했으며, 호텔에서 인터라켄 동역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호텔에 나오자마자 맑은 공기에 취하여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문득 귀한 풍경이 펼쳐졌다. 처음에는 새들이 날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조금 가까이에서 보니까 패러글라이더Paraglider의 모습이 서서히 내 눈 안에 들어왔다.
TV에서나 볼 수 있는 패러글라이더들이 새들이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것처럼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하강하고 있었다. 호텔에서 동역까지 가는 20~30분가량 동안 패러글라이딩 촬영에 온 힘을 쏟아부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로 보이는 패러글라이더들은 각도와 역광 조명에 따라 까마귀 떼의 모습으로 보일 때도 있었으며, 그렇지 않을 때는 총천연색의 아름다운 새의 모습으로 비쳤다. 한참을 촬영하고 자리를 이동하는데 가족들은 이미 저만치 갔고, 뒤에서 처져서 혼자만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물론 앞에 가는 일행들을 보면서 촬영을 했지만…. 기쁨이 더한 만큼 거리의 차이를 둘 수밖에 없었다. 가끔 아내의 “빨리 오세요.” 하는 소리에 발걸음을 재촉하기도 하였는데, 처음 보는 패러글라이더 무리들의 비행을 카메라에 담느라 셔터를 누르는 일도 멈출 수 없었다. 아름다운 장면이 없어질까 봐 연신촬영 스피드를 높였다.
그러던 중에 차홍이와 우형이가 동시에 내일 패러글라이딩을 했으면 좋겠다며 어떠냐고 물었는데,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되겠는가? 패러글라이딩하는 모습만 봐도 기쁨이 2배인데! 그렇게 패러글라이더와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인터라켄 동역까지 20분 남짓이 걸렸다. 2~3㎞를 넘지 않은 거리였다.
인터라켄 동역 근처에는 많은 사람이 융프라우Jungfrau행 기차를 타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은행 카드를 이용해서 기차표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뜬다. 우리 일행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해진 금액만 가지고 호텔을 나왔는데 카드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호텔로 다시 돌아가서 현금을 가지고 오는 수밖에…
9시 10분에 출발하는 기차인데 현재 시각이 8시 30분이고 걸어서 갔다 오면 왕복 40분 이상이 걸리니 조금이라도 늦으면 기차를 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대책이 필요했다. 바로 택시, 40분 후에 출발할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에 가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이었다. 이번 유럽 여행 동안에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기에 처음에는 망설였으나 물리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유럽에서도 제일 물가가 비싼 스위스의 인터라켄에서 과감하게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현금을 좀 더 챙긴 후 다시 역으로 향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출발한 지 20분이 안 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으며, 표를 현금으로 구매하여 무사히 정해진 시각에 기차를 탈 수 있었다. 건너편에 스페인 대학생들로 보이는 관광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 핸드폰을 충전하다가 갑자기 감전되어 깜짝 놀랐던 우형이는 잠을 못 자서 그런지 피곤해 하며 엄마의 어깨를 빌려 잠시 잠을 청했다. 그 모습에서 여행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9시 10분에 출발한 기차가 융프라우 역에 도착한 시각은 11시 25분인 2시간 15분 만에 융프라우 정상에 도착하는 과정은 가족의 눈이 행복한 기차 여행이었다. 트레킹하는 분의 모습과 산 위의 호수, 만년설 등을 보면서 융프라우 정상까지 올라오는 기차 여행은 지루할 새가 없었다.
동양계 관광객으로 보이는 학생이 융프라우 정상 3,454m 지점을 알리는 표지판을 가리키면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에 잠시 시선이 멈췄다. 융프라우 정상에서 바라본 만년설은 한여름의 더위를 잊기에 좋은 환경이었다. 왼쪽 중앙에 무리를 지어 하이킹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유럽에서도 제일 높은 융프라우 기차역, 여름과 겨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멋진 곳이다.
<빵점 아빠, 가족을 품다>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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