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좀 드실래요?"
어느 날 저녁식사 후 한가하게 따뜻한 차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는데 불쑥 과자 한 봉지를 내미는 손이 있었다. 이 녀석 내가 감자칩 좋아하는 건 어찌 알고.... 우리 집에 몇 달 전부터 한국에서 친척 아들이 유학 와 함께 지내고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이곳 중국에 나홀로 유학생 그것도 고등학생이면 그다지 공부에 목적을 두고 왔을 것이란 믿음은 없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이 녀석도 한국에서 상당히 부모님을 힘들게 했고 학생이 학업에 관심이 없으니 당연히 엉뚱한 방향으로 여러 사람들을 가슴 졸이게 했던 것 같다.
이곳으로 보내시면서 공부도 공부지만 사람이 돼야 하는데 하는 걱정을 들었을 땐 나도 미리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지만 막상 아이를 만났을 땐 우려했던 그런 겁 없는 문제 학생이 아닌 오히려 생각 없이 해맑게 행동하는 그것이 더 걱정인 아이였다. 종일 책상에 앉으려는 생각은 단 한번도 없고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 보는 모양새가 공부란 건 한번도 해보질 않은 모습이었다.
'저 녀석을 어찌해야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저 아이와의 대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러면서 몇 달이 지나 갔다. 그사이 함께 여행도 다녀오고 또 학교에 입학도 했다. 남편은 관심을 가지면서 기다려줘야 한다 하면서 아이에게 학교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 몇 가지를 전하며 어길 시 반드시 강한 체벌이 있을 거란 것을 인식시켰다.
여전히 공부는 하지 않고 몇 번의 거슬림은 있었지만 그래도 규칙에 어긋나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기대가 생기기도 했는데 언제부터인지 놀랍게도 책상에 앉기 시작했다. 아직은 거의 대부분을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지만 그래도 책을 보기 시작했고 지난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도 하는듯한 모습을 보여 감동을 주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의 대화는 생각지도 못한 뜻밖의 나에게 감자칩을 내밀던 바로 그날, 그건 나랑 이야기 하고 싶다는 사인이었는데 난 바보처럼 그걸 금방 알지 못했다.
"응 고마워."
쟁반에 조금 덜고 다시 건네주니 이 녀석 앉아 주절 주절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한국에서 얼마나 놀았는지 그리고 함께 놀던 친구들 중엔 여전히 놀고 있는 친구도 있고 정신차리고 자기 길을 발견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도 있다고 한참을 무용담 들려주듯 혼자 웃기도 하며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듣고 있자니 이 녀석 지금 외롭든지 아니면 자기도 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 건지 아무튼 마음을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이제 어른의 역할이 필요한 듯 했다.
'그래 그 과자 한 봉지의 의미는 대화가 하고 싶다는 거였구나.'
어떤 이들은 "술 한잔 할까?" "차 한잔 할까? 커피도 좋고" 어떨 땐 "밥 한번 먹자" 모두가 함께 이야기 하고 서로 나누자는 사인이다. 때론 서로 다른 차이로 그 사인을 눈치채지 못할 때도 있고 어쩌면 나도 모르게 무시하는 말과 태도로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테다.
그리고 돌아보면 가끔은 나도 그런 상황에 마음만 허전할 때가 있었다. 전혀 아닐 거란 사람과 환경에서 의외로 위로를 받고 힐링이 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면 모든 것에 문제는 나에게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를 깨고 그에게로 눈을 돌려 들어가는 것. 모두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지금도 내가 눈치 채지 못할 뿐 누군가 나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지 않을까? 혹은 내가?
칭푸아줌마(pbdmo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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