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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간단하게 살기

[2016-11-29, 14:19:05] 상하이저널

평소에도 정리벽이 있는 나는 연말이면 마음 먹고 짐을 정리한다. 집안 먼지도 떨어낼 겸 온 집안 물건을 다 내어놓고 밤잠도 제대로 안자고 3일 정도 꼬박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저번 주에도 새로 이불을 장만한 차에 이불들을 정리하다가는 차에 짐정리를 하게 되었다. 매년 느끼는 것이지만 짐 정리를 할 때마다 마음이 참 무겁다. 몸이 힘들어서도 그렇지만 안 쓰고 버리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중국에 와서 타오바오를 알게 되었을 때 이게 웬 신세계냐 하면서 질렀던 소소한 것들은 절반 이상이 굳이 사지 않아도 될 것들이었다. 밤에 잠이 안와서 한번 들어가 봤다가 산 찻주전자, 한국에 갈 때 선물로 가져가려고 쟁여둔 스카프, 집안 좀 예쁘게 꾸며볼까 해서 샀던 조그마한 꽃병 등등, 산 지 얼마가 되지 않아서 사용도 안하고 결국 정리 상자에 들어가 버리게 된다.


옷 정리를 할 때면 더욱 한심하다. 가품이라 싼 맛에 샀던 외투는 한두 번 입지도 않고 처박아 놓고, 심지어 가격표도 떼지 않은 옷까지 발견되었다. 교복을 입는 아이들에게 옷이 그렇게 많이 필요할까? 세일 기간에 아이가 크면 입힌다고 미리 사두었던 옷은 한 번도 입지 않았는데 이미 작아져 버렸다. 버려지는 것들을 돈으로 환산해보았더니 적지 않았다.


스스로 참 한심했다. 힘들게 돈을 벌어 쉽게 돈을 쓴다. 돈을 쓰면서 돈이 없어서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푸념한다. 참 어리석다. 옷장, 냉장고, 찬장, 책장엔 그렇게 계속 쓰레기가 쌓여간다. 그걸 다 버리고 나면 후련한데, 또다시 쓰레기를 만들기 위해 사댄다.


예전에 ‘스톱 쇼핑’이라는 책을 읽었다. 뉴욕의 세련된 작가가 쓸데없는 쇼핑 없이 일 년을 살아보기로 작정하고 생활을 기록한 것이었다. 항상 신상품을 놓치지 않고 유행에 뒤지지 않는 삶을 살았던 작가는 처음에 몹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가벼워지고 시간 낭비를 줄이게 되었으며, 생각과 몸이 건강해졌다고 한다. 자존감도 높아졌고, 통장엔 돈이 쌓이게 되었으며, 그녀는 그렇게 아낀 돈으로 평생의 소원이었던 아프리카 횡단 여행을 하며 평생의 추억을 갖게 되었다. 쇼핑광이었던 작가는 이 프로젝트가 자기가 다짐한 것 중 가장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었다.


한국에서도 이미 미니멀리즘이라 하여 간단하게 살기, 낭비하지 않기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기를, ‘짐이 많을수록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왜 유행에 맞춰 옷을 새로 장만하고, 물건에 내 소중한 시간과 공간을 내어줘야 하는가? 금전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땅 값도 비싼 이 시대에 내 공간을 내어주고 미래의 쓰레기와 함께 지내는 것인데 그 소비가 과연 행복한 일일까?


지금 고인이 되신 법정 스님은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은 난을 가꾸다가 그 난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것조차도 소유하고 싶지 않게 되었다고 하셨다. 오직 무소유만 소유하고 싶었다는 말씀에 그렇게 감동을 받았었는데, 오늘 정리하면서 나온 쓰레기 더미들은 뭔가 싶었다. 남편은 고생하며 돈을 벌어오는데, 나는 이렇게 쓰레기 만들 것 사느라고 써댔구나 하는 미안한 마음까지 생긴다.


한 해를 또 한 장 남긴 이 시점에 나도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간단하게 살기’ ‘검소하게 살기’를, 친구가 예쁜 가방을 들고 나와도, 예쁜 귀금속을 하고 나와도, ‘어머 예뻐라, 이건 나도 사야 해!’ 이런 마음은 애당초 갖지 말자고. 나는 나대로 충분히 빛난다고 스스로 높이면서 물건의 노예에서 해방을 선포하자고.

 

느릅나무(sunman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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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mh 2016.12.01, 08: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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