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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대만여행, 대만사랑

[2016-12-09, 13:12:26] 상하이저널

며칠 전 대만을 여행할 기회가 생겨 아이들을 데리고 타이페이(台北)와 화롄(花莲)을 다녀왔다. 내가 중학생일 때 대만은 내가 제일 동경하는 나라였다. 서울 명동에 있는 화교학교에 놀러 다니면서 언젠가는 대만을 꼭 가보리라 했던 결심이 나이 40이 넘어 이제서야 실현됐다. 대만 드라마 유성화원을 보며 F4에 푹 빠져도 봤건만, 어쩜 이제서야 대만을 여행하게 됐는지….

 

그 동안 중국에 살면서 대만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여행정보도 얻을 겸 평소 친분이 있는 대만엄마와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만 돈도 바꾸고, 설레는 마음으로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대만엄마 말대로 대만은 깨끗하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지하철을 탈 때도 길을 건널 때도 서두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도시 분위기는 한국과 많이 비슷해서 전혀 낯설지 않았다. 타이페이에 도착한 첫날은 다음날 있을 화롄 여행을 위해 저녁만 먹고 숙소에서 쉬었다.


이튿날 새벽부터 일어나 기차를 타고 화롄으로 떠났다. 화롄은 대만여행 중 가장 기대를 했던 곳이었다. 화롄 기차역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택시투어 기사와 만나 1일 투어를 시작했다. 택시투어 기사는 화롄 원주민인 아메이족 아주머니 였다. 예전엔 일본여행객이 많아 일본어를 배웠는데 지금은 한국여행객이 대부분이라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나이 들어 공부하려니 쉽지가 않다며, 중국어가 통하는 한국사람을 보니 더 반갑다고 하신다.

 

오전 내내 멋진 풍경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이 있는 곳에 잠시 들러 점심식사를 하고 근처를 둘러보고 있을 무렵 눈앞이 캄캄해지는 일이 발생했다.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신나게 사진을 찍다가 그만 휴대폰을 난간 아래로 떨어뜨린 것이다. 난간 넘어는 풀숲이 우거져 있었고 그 풀숲 옆으로는 회색빛 계곡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새로 바꾼 지 딱 두달째 되는 최신 휴대폰이었다. 몇 년을 기다렸다가 야심차게 장만한 나의 분신, 사과회사 휴대폰….


그 순간 나만 얼음이 된 게 아니었다. 휴대폰을 떨어뜨리게 도와준 나의 아들 또한 얼음이 되어있었다. 이건 화를 내고 말고 할 일이 아니었다. 저 난간을 넘어갈 수만 있다면 찾을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한가닥 희망을 안고 안내소로 뛰어들어가 도움을 요청했다. 관리실 직원이 위험을 무릎 쓰고 난간을 넘어가 풀숲을 헤쳐 보았지만 내가 예상했던 위치에선 휴대폰이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래는 절벽인데 나무로 우거져 그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보이지 않았다.

 

우리의 가이드이자 운전을 맡은 기사 아주머니는 바로 구조대에 전화를 해보았지만, 사람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면 출동하지 않는다는 답변만 받았다. 머리 속은 하얘졌지만 남은 일정을 소화하러 그 자리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차를 타고 오면서 뒤를 돌아 보니 휴대폰이 떨어졌던 곳은 정말 깊고 긴 절벽이었다. 휴대폰 하나 때문에 여행을 망칠 수가 없어 애써 담담한 척 했지만 후유증이 쉽게 가시진 않았다.


투어를 마치고 기차역에서 기사 아주머니와 헤어지면서 혹시라도 휴대폰을 찾으면 연락 한번 달라고 얘기를 했지만, 내 연락처를 남기지는 않았다. 불가능한 일인걸 너무도 잘 알기에 연락처를 남길 필요도 없었다. 휴대폰 잃어버린 것만 빼면 대만은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정도로 인상 깊은 곳이었다. 비싼 댓가를 치른 여행에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한지 이틀째 되는 날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화롄에서 운전을 해주셨던 기사 아주머니었다. 여행사에 예약했던 내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고, 휴대폰을 찾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신다.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고, 몇 번이나 재차 물어보았다. 기사 아주머니는 내가 휴대폰 잃어버린 게 계속 마음에 걸리셨다고 한다. 그래서 구조대에 찾아가 꼭 찾아달라고 부탁을 했다는 것이다.

 

지금 이 휴대폰은 상하이를 향해 오고 있는 중이다. 휴대폰을 되찾았다는 소식에 모두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대만엄마말로는 타이페이 같은 곳에선 휴대폰을 잃어버려도 대부분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화롄 계곡에 빠진 휴대폰을 다시 찾은 사람은 처음 봤고 앞으로도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는 또 다시 대만사랑에 푹~ 빠져버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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