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중국학교에 보내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한국역사를 배울 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엄마인 나 역시 아이를 가르칠 만큼의 해박한 지식이 없는지라 한국 갈 때 마다 역사책을 사오긴 했지만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아이들 탓에 책장만 빼곡히 채울 뿐 지식을 쌓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둘째 아이가 유치원을 다닐 때 유치원에서 부모님을 상대로 한 달에 한번 정도 역사교육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선생님들이 모여 역사를 가르치는 주말학교를 연다는 소식에 나는 얼른 첫째 아이를 보냈다. 우리 역사도 배우고 전통놀이는 물론 논술수업까지 한국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에겐 더없이 좋은 수업이었다. 이젠 저학년 반까지 생겨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까지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엔 근처 공원으로 야외수업을 다녀왔는데, 아이들은 나를 보자마자 “엄마, 학교에서 변태 같은 놀이를 했어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뭘 했길래 변태 같은 놀이를 했다는 걸까… 나는 놀란가슴을 진정시키며 어떤 놀이를 했는지 물어보았다.
맙소사! ‘말뚝박기’ 놀이었다. 순간 나는 안도와 함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직 어린 둘째는 아무 생각 없는데, 이제 6학년인 첫째는 생전처음 보는 놀이에 어지간히 당황한 모양이었다.
“엄마, 남의 엉덩이에 머리를 대래. 완전 변태야!!”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엔 고무줄과 말뚝박기가 최고의 놀이었다. 그땐 남학생 여학생 할 것 없이 쉬는 시간만 되면 뛰쳐나가 말뚝박기를 했다. 말뚝박기는 나의 어린 시절 최고의 놀이였는데, 전자게임 세대인 내 아이들에게 말뚝박기는 너무나 생소하고 너무나 변태스러운 놀이가 됐다. 엄마도 어렸을 때 말뚝박기를 많이 하면서 놀았다고 하니 큰아이 눈이 더 휘둥그래졌다. 큰 아이가 조금 더 어렸을 때 이 놀이를 접했더라면 우리 고유의 놀이인 말뚝박기를 변태놀이로 치부하거나 어렸을 때 말뚝박기를 하며 놀았던 엄마를 변태로 몰아붙이는 일은 없었을 텐데.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아예 모르고 자라는 것보단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그 와중에도 가위바위보를 못해 졌다고 투덜거리는 모습이 엄마 눈엔 그저 귀엽기만 하다. 둘째에게도 놀이가 이상했냐고 물으니 둘째 아이는 재미있었다고 한다.
한국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국학교에서도 말뚝박기는 안한다고 한다. 혹시나 싶어 한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한국에서도 초등학생들 놀이는 아니라고 한다. 말뚝박기는 이제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놀이가 되었나 보다.
내가 어렸을 땐 말뚝박기가 정말 최고였는데, 이 아이들에게 ‘어렸을 때 뭐하고 놀았니?’ 물어보면 ‘클래시 로얄’이라고 대답하려나?
반장엄마 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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