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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예방접종 2

[2017-06-19, 13:16:22] 상하이저널
한국이 의료선진국이라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지켜 보면서 응급실 시스템이든, 간호 시스템이든 예방 접종만큼은 중국처럼 분리되어도 좋겠다 싶다. 2000년에 한국을 잠깐 방문했다가 그 때 유행하던 독감에 걸려 4-5일을 정말 아팠다. 평생 처음 걸린 독감은 강한 진통제 주사를 맞아야만 버틸 정도의 통증이라 그 이후에 독감 예방 주사를 3-4년 맞았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 맞았는데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나면 거짓말처럼 한 사흘 감기로 고생을 하곤 했다.(개인차가 존재) 그 때 앓았던 독감정도는 아니었지만 매번 상황이 그렇다 보니 그 이후론 더 이상 독감예방 접종을 하지 않고 있다.(어디까지나 이것도 선택) 다행이도 지금까지 독감의 기억은 그 때 한 번 뿐이다. 다국적 제약 회사들과 R&D 센터들이 중국에 많다 보니 예방 접종 시 백신도 선택이 다양해졌다. 해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며 아이를 키워야 하는 입장에서 더 안전한 약을 고를 수 있기에 다행이다 싶다. 

세 아이 모두 상해한국학교 4학년을 마칠 때쯤 중국학교로 전학을 갔다. 전학 시 예방접종수첩은 필수 제출이다. 평소 갖고 있던 상해시 예방접종수첩을 제출했다. 상하이는 유독 수두가 유행이다. 수두 예방 접종을 한 아이도 수두를 조금씩 앓고 지나가는 것을 본다. 우리 아이들 모두 수두 예방 접종을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한 번도 수두를 앓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유독 수두에 강한 체질일 수도 있겠다 싶다. 

한국과 중국을 동시에 휩쓴 신종플루 때 한국은 24시간 내 타미플루 처방을 기본 지침으로 삼았다. 하지만 중국은 일주일이 지나도 낫지 않을 때 타미플루를 처방한다는 방침이라 둘째가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1.5일을 꼬박 병원에서 수액을 맞추며 열을 내리는 데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인플루엔자 보다는 기간이 확실히 짧게 아파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올해 대학을 간 큰아이가 한국에서 당시 유행하던 B형 독감에 걸려 고생할 때 혼자 앓다 보니 아이가 병원도 가지 않고 꼬박 앓았다.

해열제를 먹어도 통증이 심한 게 독감인데 부모가 없으니 병원 갈 힘도 없이 앓고 있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아팠다. 일주일 후 털고 일어난 아이를 보며 병원에 가서 타미플루 복용 없이 잘 이겨 낸 아이가 다행이고 대견스럽다. 

우리 몸은 병원균이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반응을 시작한다. 병원균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항체를 만들어 내고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신종플루 때부터 처방하기 시작 한 타미플루는 사실 임상시험을 거쳤지만 현재까지 우리 모두 임상 데이터가 되고 있다. 24시간 내 복용이라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감기 바이러스를 인식할 사이 없이 바이러스를 제거해 버리는 바람에 다음에 신종플루나 독감 바이러스가 들어 와도 처음 보는 바이러스로 인식할 수 밖에 없다. 

타미플루의 이런저런 추가 부작용들이 뉴스를 통해 들려 온다. 몸이 너무 아픈 데 안 먹기도 뭐하고 자가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안 먹고 꼬박 앓기도 뭐하고 고통이 싫어 먹다 보니 여러 부작용들이 생긴다. 그렇다고 아픈 데 견디기 힘든데 부작용들 때문에 먹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오롯이 각자의 선택임을 보게 된다. 무모하게 수두파티까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 간호와 관찰이 되고 건강하다면 타미플루 없이 증상 치료를 하며 독감을 이겨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은 생각도 한다. 

누군가는 안아키(약안쓰고 아이키우기)에 대해 무조건 부정적이다. 약학을 전공한 이로써 나는 늘 안아키와 안아키가 아닌 것을 병행하며 중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꼭 필요할 때만 약을 먹자는 주의다. 생각보다 약 없이 나을 수 있는 상황이 많다. 약을 과신하지는 말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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