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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이야기] 응답하라 2017?

[2017-08-30, 11:43:48] 상하이저널

유일하게 응답하라 시리즈 중 ‘어남류’라는 유행어를 낳은 응팔만 봤다. 갓 대학을 입학했던 1988, 보라의 시각이 나의 시각이었을 것이다. 가요나 드라마를 잘 보지 않고 연예인을 좋아했던 적이 없어서 극 중 덕선이를 보며 웃긴 했지만 그 마음을 이해하진 못했다. 특이하게 여고생임에도 생긴 지 얼마 안 된 프로야구, 농구대잔치, 배구대회를 보러 다녔고 운동 선수한테 사인을 받았으니.

 

세 아이 모두 아마추어로 수준급은 아니지만 악기를 하나씩은 다루며 나름 공연이나 음악을 즐길 줄 아는 아이들이다. 자기네들끼리 집에서 음악파티를 할 때도 있다. 아들인 큰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더니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걸그룹이 있어서 간혹 말을 하곤 했지만 내 보기엔 그냥 스쳐 지나가는 지극히 소극적인 팬심이었다. 여동생 둘을 둔 큰아이가 같은 반 여학생들의 팬심을 경험해서인지 “엄마 여학생들은 다르더라고.” 말하고는 대학을 갔다. 그리고 그 아이의 시선은 현재 쇼미더머니에 꽂혀 있다.

 

고등학생인 둘째는 2년 단위로 좋아하는 보이그룹이 바뀌는 듯 하다. 좋아하는 연예인은 더 빨리 바뀌는 듯 하고. 언니의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초등학생 막내가 초등 6학년이 되더니 아이콘의 꼬마팬이 되었다. 방탄 소년단을 응원하는 언니와 신곡이 나올 때마다 티격태격 하더니 요즘은 방탄 소년단의 기세에 눌려 있다. 한국의 이모도 매해 바뀌는 조카들의 취향과 요구에 앨범 구매에 애를 먹는다.

 

5월 어느 날 두 아이 모두 나 몰래 뭘 보느라 난리가 났다.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나 보다. 주말에 자유롭게 두 시간 TV 볼 시간이 주어지는데 ‘프로듀스101’을 보고 있었다. 큰 아이가 시간이 없어 보진 못했지만 걸그룹을 뽑는 시즌 1을 세 아이 모두 잘 알고 있는 듯 하고 남자 아이돌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아들은 아예 무관심하고 우리 딸들의 눈을 사로잡은 듯 하다. 자본주의란 하며 딸들 등살에 마지막 얼마남지 않는 3회를 같이 보게 됐다. 지난 회차를 열심히 설명하며 자기가 응원하는 연습생을 말하는 두 딸이다. 그래 봐야 엄마는 한국 핸드폰을 정지시켜 놔서 투표도 할 수 없는데 참 열심이다 싶었다.

 

그래도 두 아이 모두 응원하는 연습생들이 2-3명씩은 되어서 다행이다 싶은 것이 11명밖에 뽑지 않으니 한 명이라도 되면 덜 속상할 듯 싶었다. 단 세 번이지만 참 내 눈에도 저 연습생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을 정도니... 프로그램이 끝나고 워너원이라는 그룹으로 데뷔를 했다. 방학 때 나만 한국을 두 번이나 들락날락 했는데 다녀 올 때마다 워너원 앨범을 사 달라고 했는데 모두 까먹었다. 애들이 사 달라는 화장품, 과자의 사진을 보면서도 까먹었으니 두 아이의 눈총을 받을만 하다. 여전히 방탄소년단과 아이콘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지만 아침 모닝콜은 ‘버닛업’ 하고 울린다. 두 딸은 안 일어나고 나와 우리집 강아지만 그 소리에 깬다.


이젠 자주 듣다 보니 정마저 들었다. 위키드를 보며 감동해 잠들기 전까지 재잘거렸던 아이들이다. 난타를 보며 흥겨워했고, 남자 아이돌을 보고 싶은데 아이유 공연 보러 가며 그래도 좋아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두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상하이 오면 무조건 보여준다고 오늘도 공약을 남발한다. 오빠 대학 축제 때 공연 라인업을 보며 오빠 학교에 가겠다는 막내를 보며 웃는다. 이 아이들이 후일 커서 응답하라 2017?을 회상하리라.

 

Renny(rennyh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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