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의 칩 인수를 제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블룸버그 통신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신규 정책을 전면 수립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과거 원자폭탄을 제조한 것과 동일한’ 정도의 우선권을 부여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이징은 현재 2025년까지 5년 안에 ‘3세대 반도체’에 대한 광범위한 지원을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14차 5개년 계획(十四五)’ 초안에도 반도체 산업의 연구, 교육, 자금 조달을 강화하는 일련의 조치가 추가될 방침이다. 기존 전통 실리콘 재료와 비교해 보면, 3세대 반도체는 질화 갈륨, 탄화 규소, 셀렌화 아연 등 광대역 반도체 원료를 기반으로 고온, 고전압, 고전류에 강한 고주파 및 고전력 장치를 제조하는 데 더욱 적합하기 때문이다.
곧 제정될 14차 5개년 계획에는 국내 내수 소비 확대, 국내 핵심 기술 제품 제조에 대한 계획도 포함된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무선 네트워크 및 인공지능(AI)에 달하는 첨단 기술에 약 1조 4000억 달러를 투자키로 이미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반도체는 실질적으로 중국의 기술 굴기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가 점점 더 공격적으로 중국 기업의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이다.
왕단(王丹) 롱저우징쉰(龙洲经讯) 기술분석가는 “반도체가 모든 첨단 기술의 기초임을 중국 정부가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측 공급에 의존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재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유일한 대응책은 자국 산업을 계속 발전시키는 것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해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수입한 칩 총액은 30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6%(80억 달러) 감소했다. 앞서 국무원은 중국의 칩 자급률은 약 30%에 불과하다고 밝히며 집적 회로 산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정보 산업의 핵심이며 새로운 기술 혁명과 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동력임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 통신업계 전문가인 샹리강(项立刚)은 “현재 국제 상황은 미국이 중국을 막기 위해 세계 칩 산업의 지배적인 지위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며 이는 도리어 중국이 칩이라는 ‘목덜미를 쥐고 있는’ 핵심 산업에서 반드시 누군가에게 통제당하지 않고 주도권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장루징(张汝京) SMIC 창립자이자 전 CEO는 “5G 분야에서 3세대 반도체가 자주 사용된다”며 “중국은 여전히 5G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통신, 인공지능, 클라우드 서비스와 같은 분야의 발전을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첨단 기술의 응용이 향후 3세대 반도체 발전을 더욱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