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됐다. 코로나여파로 졸업다운 졸업도, 입학다운 입학도 못하고 중학생이 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상하이시는 교육의 평등을 위해 입학시험을 치르거나 학생을 가려 받을 수 없도록 했다. 대신 사립 중학교를 가고 싶으면 세 군데 학교까지 지원이 가능하고 운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물론 예체능 특기생은 아직도 예외를 두고 있다.
공립학교는 학교나 집을 기준 등록지로 정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배정을 해준다. 흔히 뺑뺑이 돌린다고 하는 게 여기에 속한다. 사립학교를 신청해도 운이 나쁘면 떨어질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닌 학생들은 마지막에 모아놓고 기준 등록지에서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먼 곳 순으로 배정을 해준다. 이도 저도 아니었던 둘째 아이는 가장 마지막에 중학교를 배정받았다. 외국 국적의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공립학교는 몇 군데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으로 보아 집에서 가까운 공립중학교에 배정받는 게 너무나 당연했다. 알고 지내던 주변의 외국 아이들이 모두 그 학교를 갔기 때문에 나는 마침 이사도 가야 해서 그 중학교를 염두에 두고 아이가 걸어 다닐 수 있는 거리의 집들을 보러 다녔다.
이사를 일주일 앞두고 입학통지서가 도착을 했다. 예상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학교였다. 나는 큰 충격에 휩싸인 체 자전거를 끌고 학교를 찾아가 봤다. 살고 있던 동네에선 교통 편도 없고 거리도 너무 멀었다. 어떻게 이 학교에 배정을 받았는지 교육국에 가서 따지고 싶은 마음 마저 들었다. 주변 친구들은 내가 가려고 했던 학교나 배정받은 학교나 뭐가 다르냐며 의아해했다. 좋은 학교여서가 아니고 다니기 편한 학교를 가고 싶었던 것인데 어쩜 우리 둘째는 이리도 운이 없는 건지 한탄스럽기까지 했다.
“요즘엔 공평하게 학교를 가요.”
오랜만에 연락이 온 지인의 한 마디에 나는 억울했던 마음을 접고 학교 근처의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정말 마음에 딱 드는 집을 구했고 계약 만기를 넘기지 않고 순조롭게 이사를 했다. 개학 전날 학부모 회의가 소집됐고 처음으로 학교에 들어가 보았다. 공립 학교라 아무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학교는 생각보다 컸고 시설도 좋았다. 무엇보다 둘째가 좋아하는 미술과 체육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의 학교였다.
개학 첫날 학교를 다녀온 둘째는 초등학교 때 보다 밥이 훨씬 맛있다고 좋아하더니 이튿날도 학교 맛집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한인타운이나 외국인 생활권을 떠나 조용한 환경에서 제2의 상하이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학교가 아니었다면 생각도 못했을 일이다. 이렇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인데 순리를 거스르려 했으니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을 했었는지 이제서야 깨닫고 반성해본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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