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BTS, 블랭핑크에 이어 최근 런닝맨까지.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반발을 일으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원인에 대해 중국 환구시보(环球时报)가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16일 환구시보(环球时报)는 ‘무의식적인 정치적 실수인가? 잠재적인 ‘중국 무시’인가? 한국 연예계, 왜 이렇게 중국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게재했다.
신문은 먼저 중국에서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의 최근 논란을 꼬집었다. 앞서 최근 런닝맨 방송에서는 부루마블 게임판에 오성홍기와 타이완 국기가 나란히 놓인 장면이 그대로 송출돼 중국 누리꾼들의 원성을 샀다.
신문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연예계에서 중국과 관련한 논란이 자주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최근 런닝맨 논란처럼 정치적 이슈로 중국의 마지노선을 건드렸고 일부는 이효리의 ‘마오’ 논란, 황치열의 ‘중국 공기 논란’처럼 부적절한 언행으로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예능 프로그램이나 광고에서도 중국인을 희화화해 ‘중국 모욕’ 의혹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예로, 한국 유명 예능인 이수근의 ‘가짜 광동어’, 지난 2018년 YG엔터테인먼트의 예능 프로그램 ‘YG전자’의 ‘나는 돼지다(我是猪)’ 발언, 지난 2016년 배우 박보검이 출연한 광고 중 ‘만리장성’ 바둑 기수 등을 언급했다. 이중 특히 광고 중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의 바둑 기수가 금목걸이를 한 뚱뚱한 아저씨인 점을 지적하며 광고 중 심지어 한 여성에게 뺨을 맞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 같은 논란은 과거 동아일보에서 지적한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중국을 무시하는 관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중국은 이미 과거와 다르다는 현실을 한국 연예인들은 반드시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한국인들이 서양의 영향을 받아 중국을 대할 때 무지하고 어리석으며 뒤떨어졌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유감스럽게도 한국 자신도 서양인들에게는 같은 시각으로 보여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은 다수 한국 연예인들의 데뷔 연령이 매우 낮고 대부분의 시간을 연습하는 데 쏟기 때문에 충분한 문화적 지식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타이완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다수 지식인들, 매체가 서양 인식의 영향으로 무지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중학교 지리교과서에 타이완 영토가 중국과 다른 색으로 되어있거나 타 국가와 동등하게 기술되어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잔더빈(詹德斌) 상하이대외경제무역대학 조선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한국 정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있으나 정치에 관심 없는 일반 대중들은 과거 인식에 머물러 있어 현 사실은 모를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런닝맨에서 나온 타이완 국기 역시 이 같은 이유로 발생한 실수일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한국인들의 잘못된 인식에 대해 지적할 필요가 있으며 그들에게 잘못을 수정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며 “결코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내 한류 인기가 크게 하락한 점도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시장에 대한 전망이 없어진 만큼 한국 연예계가 중국 시장을 예전만큼 중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잔더빈 주임은 “사드 사태와 이른바 ‘금한령’ 이후 한국 내 여론은 정부 차원에서는 관계 회복을 원하고 있지만 민간 차원의 부정적 인식은 해소되지 않아 일부 문제에서 갈수록 한층 더 민감해지는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끝으로 “한국 언론이 대중에게 전달하는 중국의 형상과 실제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여론, 사회 인식을 조장하는 한국 언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