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 학교 때문에 외국인이 거의 없는 이곳으로 이사 온 지 딱 6개월이 흘렀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가장 처음 한 일은 다종뎬핑(大众点评)으로 주변을 검색해 보는 일이었다. 아이들이 다녔던 초등학교도 근처에 있는지라 낯설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생활 터전이니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주변을 검색해 보니 전엔 본 적이 없는 “생태록도(生态绿道)’라는 곳이 검색됐다. 공원은 공원인데 달리기를 할 수 있게 조깅 도로를 조성해 놓은 곳이었다. 나는 바로 운동화를 신고 입구를 찾아가 보았다.
‘와우~ 말 그대로 정말 녹색 자연의 길이다. 여기에 언제 이런 게 생겼지….’
공원은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지만 오픈 되어 있는 곳 구석구석을 다 달리면 7km는 나오는 코스였다. 얼마나 멋지게 조성해 놓았는지 꼭 숲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구간도 있었다. 일반 도로에선 길이 고르지 않아 잘 안 뛰었는데 이젠 원 없이 뛸 수 있게 됐다. 근처에 사는 중국 친구에게 너희 집 옆에 이런 곳이 있는데 가 보았냐고 물었더니 금시초문이란다.
다음날 그 중국 친구한테 연락이 왔다. 이게 도대체 언제 생겼냐며 집에서 걸어서 5분 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좀 더 가까운 입구를 찾았다며 지름길을 알려주었다. 이 지름길은 정말 지역 주민 아니면 알 수 없는 길이었다. 나도 그 길로 다니니 입구까지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날이 갈수록 공원은 제 모습을 갖췄다. 1월 1일 오픈한다고 막아 놓았던 길은 정말 오픈이 됐는지 궁금했다. 휴일을 맞아 1일 날 큰 아이와 함께 이 공원으로 조깅을 나왔다. 진짜 오픈이 됐을까 하던 찰나 벽은 안 보이고 터널이 시야에 들어왔다. 진짜 오픈돼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건 막아 놓았던 길 뒤로는 외환선 교차로였기 때문에 기껏해야 입구가 생기는 줄로만 알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외환 교차로 옆으로 조깅 도로가 나란히 놓여있었고 그 길로 2km 코스가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제서야 바닥에 쓰여있던 5000m의 의미가 이해가 됐다. 이젠 구석구석 뛰지 않아도 쭉 뻗은 길만 따라가면 편도 5km, 왕복 10km가 가능해졌다.
큰 아이는 갑자기 길어진 코스에 당혹했고 나는 다 뛰고 나면 씨트립 가서 맛있는 거 사줄 테니 끝까지 가보자고 다독였다. 씨트립 본사로 바로 나가는 길이 없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공원은 여기저기 조성 중이다. 공사가 완전히 끝난 후엔 더 멋진 곳으로 바뀌겠지. 요즘 들어 동네 인도도 걷기 좋게 바뀌고 있다. 지역 신문을 보면 업그레이드된 보행자 도로 기사가 유난히 많다. 요즘 상하이를 보면 자동차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든다.
반장엄마(erinj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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