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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반독점법, 빅 테크 기업에 고삐

[2021-01-14, 07:26:57] 상하이저널

특정 플랫폼에 유독 저렴한 제품이 다수 입점 되어 있는 것을 본 적 있는가? 혹은 타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혜택들이 즐비한 특정 플랫폼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해당 플랫폼이 ‘반독점법(反垄断法’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중국 내 인터넷 경제의 관리 감독이 강화되면서 이커머스(E-commerce) 기업 다수, 그 중에서도 알리바바(阿里巴巴) 기업은 상당한 고초를 겪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제정된 반독점법에는 어떠한 조항들이 있으며, 알리바바는 어떠한 이유로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일까?

반독점법의 변천사

반독점법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들이 담합, 제휴 등을 통해 사실상 시장에서 독점적 시위를 행사하며 시장 내 경쟁을 저하할 경우 해당 행위를 규제하는 법’이다. 중국도 2008년부터 반독점법을 시행했으나, 최근 급성장한 디지털 경제 시대에 시장독점이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되어 왔다. 12년 전 아날로그 시대의 산업구조에 맞춰 제정된 법률인 만큼, 자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엔 없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 축제인 솽스이(双十一)를 하루 앞둔 11월 10일, IT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국가 시장 감독 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에서 공개한 <플랫폼 경제 반독점 가이드라인(关于平台经济领域的反垄断指南)>은 정부 3개 부처와 더불어 알리바바, 징동(京东), 메이퇀(美团), 텐센트(腾讯) 등 27개 인터넷 기업 관계자를 불러 관련 회의를 거친 결과이며, 기존의 반독점 법과는 별개로 처음으로 인터넷 경제를 겨냥해 제정한 법안이다.
 
출처: 바이두(百度)

30일간의 의견수렴을 거친 후 12월부터 실질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한 해당 반독점법엔 인터넷 플랫폼 경제의 폐단으로 꼽히는 양자택일(二选一),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악용한 가격 차별(大数据杀熟), 끼워팔기(搭售)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되었으며, 이를 위반할 시엔 최대 50만 위안(한화 약 8,40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점이 명시되었다. 또한, 해당 법안엔 일반적인 불공정 행위 외에도 플랫폼 경제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조항들이 포함됐다. 이를테면 시장의 독점적 지위 기준을 정의할 때 플랫폼 거래액, 거래량, 이용자 수, 트래픽, 사용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식이다. 관영 신화(新华)통신은 “시장엔 법이 있고, 법엔 이빨이 있다”라고 논평하며 거대 인터넷 기업들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둘 중 하나 골라”… 퇴로 없는 양자택일(二选一)
 

 

국가 시장 감독 관리총국 사이트에 올라온 공지(출처: 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

이번 달 24일, 중국의 국가 시장 감독 관리총국(国家市场监督管理总局)은 제보에 따라 알리바바 그룹의 지주 유한공사에 대해 양자택일 등의 독점행위 혐의로 입건 조사를 실시했다. 사실 알리바바가 이러한 혐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년 전인 2019년 11월, 인터넷 전자상거래 기업 징동(京东)은 이미 알리바바를 동일한 혐의로 고소한 바가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양자택일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양자택일(二选一)이란 쉽게 말하면 플랫폼의 ‘갑질’이다. 알리바바는 솽스이와 같은 대형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안 노출 빈도를 높여주는 제공하는 대신 업체에 특정 할인율 혹은 사은품을 요구하는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런 혜택을 타 플랫폼에서는 제공할 수 없게 강요한다. 타 플랫폼에 비슷하거나 더 좋은 혜택을 제시할 경우엔 해당 업체에 대한 트래픽 지원을 끊어버리며, 이는 검색이나 큐레이션(양질의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선별해 제공하는 서비스)에 큰 영향을 받는 알리바바의 플랫폼 특성상 곧바로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일부 브랜드에 대해서는 ‘독점 입점’ 형태의 계약을 맺기도 한다. 알리바바는 이런 방식으로 같은 상품이라도 자신의 플랫폼에서 매출이 발생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불공정한 방식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은 비단 알리바바뿐만이 아니었다. 


솽스이(双十一) 기간에 가격차별(大数据杀熟)당해

과거 알리바바를 같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있는 징동(京东)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징동 또한 이번 솽스이 기간 동안 반독점법을 위반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제보자는 베이징의 여성으로, 솽스이 기간에 징동 플랫폼에서 쇼핑하던 도중 고급 회원(高级会员)계정으로 접속해 상품을 선택한 후, 이를 잊고 일반 회원(普通会员) 계정으로 접속이 되어 있던 자신의 다른 핸드폰으로 결제를 했다. 그러던 도중 같은 상품이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고급 계정에 표시된 상품의 가격은 일반 계정보다 더 비쌌다는 점이다. 

그녀는 12년간 징동 플랫폼에서 누적 26만 위안(한화 약 4300만 원)을 소비한 고급 회원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5년간 플랫폼을 이용하며 누적 2000위안(한화 약 33만 원)을 소비한 일반 회원보다 같은 상품에 25위안을 더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그제야 자신이 빅데이터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격 차별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징동 플랫폼에서 누적 26만 위안에 이르는 소비를 하며 그동안 몇 차례의 가격 차별을 당했을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했다. 
 

 

징동의 가격차별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긴 제보글(출처: 웨이보)


이처럼 인터넷 플랫폼의 행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날로 몸집을 더해만 가는 빅 테크 기업의 규제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빅 테크 기업들이 독점권을 남용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경쟁 기업의 기회를 제한했다’며 인터넷 경제의 고삐를 잡기 시작한 이후, 중국 또한 이 흐름에 동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반독점법’이 자리 잡으며 인터넷 업계의 불공정 행위가 뿌리 뽑히기를 기대해 본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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