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당근 마켓이 있다면, 중국엔?
중고나라, 당근 마켓, 번개장터… 한국에서 중고거래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들이다. 코로나 이후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처분하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이러한 상황 탓에 불황 속에서도 홀로 성장한 국내 중고시장은, 지난해 20조 원의 규모를 자랑하며 10년 동안 5배에 가깝게 성장했다. 이러한 모습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닌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으며, 그 성장 속도는 상상 그 이상이다.
중국 중고시장의 현주소
중국 전자상거래 연구센터(电子商务研究中心)에서 발표한 <2019년도 중국 내 중고 전자상거래 시장보고(2019年度中国二手电商市场数据报告)>에 따르면, 2015년부터 몸집을 불려온 해당 시장은 2019년도에 2598억 위안(45조 원)에 달하는 수치를 달성했다. 2020년도에는 3486억 위안(60조 원)에 달하는 시장으로 탈바꿈하며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돌풍이 되었다. 위 통계가 중고차 거래를 합산하지 않은 수치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중고시장이 지닌 잠재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출처: 易观
시장의 규모가 급격히 불어나자 중국 내 여러 기업들이 중고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2020년 경영 범위 내에 중고거래를 포함한 기업의 수는 무려 63만 개를 넘어섰다. 그중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플랫폼들은 다수 존재했다. 분야별로 살펴보자면,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의 경우 아이후이쇼우(爱回收), 뷰티 제품은 화펀(花粉儿), 명품은 신상(心上)과 즈얼(只二), 서적은 콩푸즈지우슈왕(孔夫子旧书网) 플랫폼이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모든 중고거래 플랫폼 중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 거래를 성사시킨 플랫폼이라면 단연 셴위(闲鱼)와 좐좐(转转)을 꼽을 수 있다.
두 플랫폼은 한국의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 마켓과 동일 선상에 놓인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시엔위 플랫폼의 경우 타오바오(淘宝), 티몰(天猫)과 같은 거대 자본을 등에 업고 중고시장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케이스이며, 좐좐 플랫폼의 경우 58통청(58同城) 플랫폼 ‘중고’ 카테고리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새롭게 플랫폼을 구축한 경우이다.
이렇듯 한중 양국 모두에서 중고시장이 급부상하게 된 것은 ‘중고’의 개념이 이전과는 다르게 받아들여짐에 따라 생긴 변화이다. KOTRA 상하이 무역관이 인터뷰한 왕징사(网经社) 전자 상무 연구 중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과거 중고의 개념은 ‘가치 절하’를 나타냈으나 소비자의 의식이 변화됨에 따라 현재 중고 시장은 ‘재창조 및 가치 부여’의 의미를 지니며 소비자의 생활 속에 스며들고 있다고 한다.
어떤 중고 플랫폼을 사용할까?
중국에서 막상 중고거래를 하려는 경우 망설여지는 경우가 태반이다. 중고거래는 무엇보다도 개인과 개인의 거래이기 때문에 판매자에 대한 신용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대게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 실명인증을 통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시엔위 플랫폼의 경우 쯔마신용(芝麻信用)인증만을 거치는 좐좐 플랫폼과는 달리 주민등록증이나 여권을 통한 실명인증 또한 가능하도록 만들어 두었다. 인증 외에 상대방의 신용도를 검증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상대방의 거래 기록과 후기를 찾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이 또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신용도를 판단하는 매우 중요한 척도로 이용된다.
셴위 플랫폼에서 상대방의 신용도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 페이지와, 좐좐 플랫폼의 핸드폰 품질증명서 출처: 闲鱼,转转
거래 품목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검색 기능 또한 매우 흡사한 두 플랫폼이지만, 플랫폼을 사용하는 데에 있어서 차별점은 분명 존재한다. 우선 시엔위 플랫폼의 경우 알리페이(阿里支付)에서 거래를 보증하며, 과거 타오바오에서 구입한 제품의 정보를 불러와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판매하는 물품을 많은 지역에 한꺼번에 노출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건을 빨리 판매하고 싶을 때 안성맞춤이다. 좐좐 플랫폼은 위챗페이(微信支付)에서 거래를 보증하며, 핸드폰 중고거래가 상당히 많이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해당 플랫폼에서 핸드폰의 품질을 검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인데, 검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가 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넉넉할 때에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처럼 품목을 가리지 않아 일상생활 속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편리하게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들과 달리, 특정 품목의 거래에만 특화한 플랫폼 또한 존재한다. 비교적 적은 돈으로도 사치를 누릴 수 있는 형태의 사업인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이 바로 그 중 하나이다.
알뜰한 사치, 명품 중고거래 플랫폼 '신상(心上)'
정품을 감별하는 감별사의 모습(心上)
오프라인 명품 수선으로 사업을 시작한 신상의 창업자 동보원(董博文)은, 사업을 진행하던 도중 명품 중고거래에 대한 수요를 간파하게 되었다. 때문에 2015년 이후부터 중고거래와 수선, 유지 보수를 모두 통합한 형태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업의 방향을 틀게 됐다.
신샹 플랫폼 내에서의 거래는 타 플랫폼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좐좐과 마찬가지로 전문 정품 감별사가 제품의 정품여부를 감별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신샹은 고가의 명품을 다루는 만큼 고객 신뢰 확보에 특히 공을 들였다. 거래되는 명품이 가품이 아니라 진품이라는 믿음을 심어줘야 했기 때문이다. 가품을 원천 차단하는 서비스 외에도, 신샹은 수선 서비스 오더를 받고 물품을 배송받아 수선해주는 방식으로 소비자의 편리함을 추구했으며 그 결과 중국 내 중고 명품 거래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그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다.
이렇듯 중고거래가 우리의 생활 속에 스며들게 된 데에는 단순히 불황 외에도 소비자의 성향 변화 또한 일조했다. 과거 70허우(70后, 70년대 출생자)는 ‘예산에 맞는’ 제품을 구매했으며, 80허우는 ‘좋은’ 제품을 구매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그러나 새로운 소비 주력군으로 떠오른 90허우는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누리려는 성향을 보인다. 즉, 중고시장의 급부상은 ‘가심비(가성비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중요시 여기는 90허우의 특성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돌풍인 중고시장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학생기자 유수정(저장대 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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