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기업의 살생부라 불리는 중국 중앙(CC)TV의 '3.15 완후이(晚会)' 프로그램, 매년 소비자의 날을 맞아 소비자 피해와 불만 사례를 보도한다. 그 영향력이 막강해 보도에 오른 기업은 이미지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처럼 막강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기 위한 기자들의 삶은 현실판 '무간도'를 방불케 한다고 중국신문망을 비롯한 다수의 중국 현지언론은 전했다.
외부로 드러나지 않은 기업 내부의 비리를 캐내기 위해 관련 프로그램 기자들은 회사 내 직원으로 가장해 잠입 취재하는데, 그 과정이 여느 첩보영화를 방불케 한다. 일부 기자는 기업내 임원 자리까지 올라 나중에는 기자직을 그만 둘 고민까지 하는 사례가 나왔다.
CCTV 기자인 K씨는 취재를 위해 모 중고차 거래 플랫폼의 영업사원으로 취직했다. 영업을 해본 적이 없는지라, 처음에는 실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럭저럭 영업일을 이어갔지만, 평직원으로서는 기업의 핵심 증거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소비자 기만 행위를 밝힐 핵심 증거에 근접하기 위해 그는 고군분투 영업에 열정을 불태웠고, 영업실적은 나날이 높아졌다. 결국 기업의 '2인자' 자리까지 올랐다.
고위 임원직에 오른 그의 수입도 크게 늘었고, 급기야 기자 신분의 월급보다 몇 배나 많은 수준에 달했다. 그를 따르는 직원들도 숱하게 많아졌다.
CCTV 프로그램 PD도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K씨에게 날마다 전화로 안부를 챙겼다. K씨가 실제로 '배신' 행위를 할까 두려웠던 탓이다.
나중에 K씨는 "PD가 아니었다면, 실제 돌아오지 못할뻔 했다"고 밝혔다.
다행히 고위 임원이 된 그는 기업내 모든 기밀 서류에 접근할 수 있었고, 기업의 비리를 밝혀내고 기자의 신분으로 돌아왔다.
한편 지난 15일 완후이 프로그램의 고발 대상이된 분야는 △자동차 △안면인식 △채용 플랫폼 △의료광고 등이다.
미국 욕조 제조업체 콜러(KOHLER), 독일 BMW, 이탈리아 막스마라(MaxMara), 미국 포드 자동차와 일본 인피니트 자동차 등 글로벌 유명 브랜드를 비롯해 중국 기업으로는 즈롄자오핀(智联招聘), 례핀(猎聘), 즈넝칭리다스(智能清理大师), 쇼우지관지아pro(手机管家pro), UC브라우저(UC浏览器), 360검색엔진(360搜索)등이 고발 대상이 됐다.
신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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