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성소수자 인권감수성은?
이번 달 17일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다. 영어 명칭인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Transphobia and Biphobia의 앞 글자를 딴 IDAHOBIT에서 착안해 ‘아이다호’라고 불리기도 한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의 질병 부문에서 동성애가 삭제된 것을 축하하는 날에서 발전해 성소수자 전반의 인권 향상을 추진하는 기념일에 이르렀다. 성소수자를 향한 인식이 개선됨에 따라 이러한 기념일들을 공공연하게 인정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의 인식 개선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타이완, 동성결혼 인정
동아시아의 성소수자 인권 개선의 선두주자는 타이완이다. 타이완 헌법재판소는 2017년에 동성 결혼이 인정되게끔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실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과 겹치는 2019년 5월 17일에 동성 결혼을 합법화했다. 타이완은 동아시아 지역들 중 유일하게 동성혼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완 사회 역시 2018년 여러 국민 투표에서 동성 결혼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내비친 바 있다.
오사카•시부야, 동성결합법 채택
타이완 다음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나쁘지 않은 지역은 일본이라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대부분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편이지만, 오사카, 시부야 등 여러 도시들이 동성결합법을 통해 제한적으로나마 동성간의 관계를 인정해주고 있다.
일본은 동성혼이 불법이라고 법률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일본 헌법의 24조 1항을 두고 논쟁이 오간다. 24조 1항은 혼인이 “양성(兩性)의 합의”를 기초로 성립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헌법이 오직 이성간의 혼인만을 인정하고 있다고 여기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헌법이 만들어진 1947년 당시의 보수적인 환경과 동성애를 향한 무관심 역시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지지를 받는다.
홍콩, 가족비자 동성커플도 인정
이 외에도 성소수자 인권에 대한 개선 조짐을 보이는 지역으로는 홍콩이 있다. 2018년, 홍콩 대법원은 이성애자들에게만 제공되던 가족체제 비자를 동성 커플도 받을 수 있게끔 규정한 바 있다. 하지만 여타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동성혼이 합법화돼 있지 않다.
한국 성소수자 인권 개선 가능성
대한민국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지 않은 나라다. 여러 설문에 따르면 인구의 3분의 1 정도만이 동성 결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수자들을 보호하는 차별금지법 역시 지속적으로 반대에 맞닥뜨려 왔다.
하지만 타이완 사례를 보았을 때 현 상황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타이완과 한국은 모두 2차 전쟁 이후 빠르게 경제 발전을 이뤄냈고 지리적, 문화적으로도 가까운 위치에 놓여 있다. 또한 타이완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유교 영향이 짙은 문화를 가지고 있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이 지지를 받는 타이완에서도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수 있다면, 유교에 기독교적인 사상이 더해진 한국의 사회 역시 제한적으로나마 성소수자의 인권 개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기자 윤재인(상해중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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