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일부 지방 정부에서 5월 20일 당일은 이혼 접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펑파이신문(澎湃新闻)에 따르면, 최근 후난성 핑장현(平江县), 꾸이저우 카이리(凯里)시는 5월 20일 당일 이혼 접수를 잠시 중단한다고 공고했다. 연인의 날인 5월 20일에 혼인 신고 접수가 크게 몰린다는 이유에서다.
5월 20일은 중국어로 사랑한다는 의미의 ‘워아이니’ 발음과 비슷한 ‘520(우알링)’ 숫자가 연달아 있는 날로 현지에서는 ‘발렌타인 데이’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이날 중국 각지 혼인등기소는 신혼부부들이 새벽부터 줄을 지어 대기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에 핀장현 혼인등기소는 “5월 20일은 혼인신고 접수 인원이 가장 많은 날이므로 혼잡을 방지하고자 이혼 등록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공고문을 발표했다.
핀자현 혼인등기소 부주임은 “지난해 5월 20일 당일 400여 쌍이 넘는 커플이 혼인 신고를 하러 왔다”며 “업무 과다로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혼인 신고를 하는 시간은 7~8분 정도로 짧지만 이혼 접수는 최소 40분 이상이 소요돼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지 주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이는 공무원들의 편의를 위한 결정으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일부 이혼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이혼도 결혼만큼 중요하다”며 당장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결국 20일 핀장현 혼인등기소는 “앞서 공지한 이혼 접수 중단 공고가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끼쳤다”며 결정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혼인 신고를 위한 현장 인원을 추가 배치해 혼잡으로 인한 불편함을 최소화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카이리시 혼인등기소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카이리시는 15일 “5월 20일 당일 이혼 접수 업무를 잠시 중단한다”고 밝혔으나 비난 여론이 일자 이틀 뒤인 17일 철회 통보와 함께 사과문을 게재했다.
누리꾼들은 “결혼할 자유가 있다면 이혼할 자유도 있다”, “혼인 신고를 하려는 사람보다 이혼 하려는 사람이 마음은 더 급할 텐데”, “혼인 신고, 이혼 등록 모두 똑 같은 업무인데 왜 차별을 두는가”라며 해당 혼인등기소의 결정에 반대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업무량 급증으로 인한 조정인데 너무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다”, “상황에 따라 업무 조정을 한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