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여행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익숙한 것, 일상으로부터 낯선 곳으로의 떠남은 기대와 설렘이다. 대자연이 주는 감동, 도시와 유적, 사람들, 음식 등 보고 느끼고 혹은 모르던 것을 알아가는 것까지 여행이 주는 기쁨은 크고 다양하다.
동유럽을 자유여행 할 때였다. 세세히 검색했다고 해도 막상 길을 나서면 이런저런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점심 때를 놓친 우리는 마음에 드는 식당을 만났다. 현지인처럼 노천 탁자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멀리 한 무리의 관광객이 보였다. 깃발을 든 가이드가 앞장선 단체 관광단이었다. 가까워올수록 사람들 생김새, 옷차림, 말투가 친근하다 싶어 자세히 쳐다보다가 지인 부부를 발견했다. 서로 놀랐고 너무 반가웠다. 묵게 될 호텔을 확인하고 헤어졌다. 늦은 저녁, 택시를 타고 찾아가 로비에서 맥주 잔을 기울이며 그 여행에 대해, 우리의 신기한 만남에 대해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쉽게 헤어졌던 기억이 있다.
자유여행은 어떤 것들을 하고 말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오히려 더 풍요로워진다. 명소도 좋지만 발 길 가는 대로 현지인들 사는 곳, 사람들이 잘 들르지 않는 덜 유명한 관광지를 찾았다가 뜻하지 않게 보석처럼 빛나는 소중한 시간을 캐는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이 묘미를 아는 사람은 기차표를 미리 사고, 숙소를 예약하고, 하루하루의 일정을 짜고, 매 끼니 무얼 먹을까 고민해야하는 성가시고 지치는 자유여행의 고생을 감수한다.
시간이 넉넉지 않거나, 자유여행의 수고스러움이 싫다면 단체여행을 선택하면 된다. 방문할 곳이 각기 멀리 떨어져 있거나 이동이 여의치 않은 경우에도 단체여행이 유리하다. 나는 보통 개인적으로 여행지로 움직인 후, 거기서 하루 정도 시간을 갖고 현지여행사 몇 군데를 비교한 후 선택한다.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에 훨씬 싸게 참가할 수 있다. 모르는 길을 몇 시간씩 운전하는 부담이 없는 것도 좋다. 단체 여행은 특성상 가장 효율적인 동선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대한 짧은 시간 동안 봐야할 것, 해야 할 것, 먹어봐야 할 것들의 대부분이 해결된다는 장점도 있다.
철저히 혼자 여행하겠다는 경우가 아니라면 우리는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곳곳에서 만나는 현지인도 그렇고 나와 같은 시간에 같은 곳을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이 또 그렇다. 숙소에서 만난 여행자를 조식 때를 포함해서 하루 네 번이나 마주친 적도 있다. 때로 5박 6일 정도 단체 여행을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면서 여행 내내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로 조촐한 ‘맥주 모임’을 갖기도 하면서 사는 곳, 하는 일, 함께 온 가족을 소개하고 명함을 주고 받기도 하면서 같은 추억을 쌓는다. 물론 여행 후에도 이런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하지만 후에 그 여행을 추억하면서 그들 이야기를 하고 간혹 궁금해하는 것만으로도 소중한 일이다.
사람과 만남이 같이 하는 것, 그래서 여행은 그 자체로 우리 삶이기도 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길게 머물지 않아도 그렇다.
하이디(everydaynew@hanmail.net) <아줌마 이야기> 코너가 올해부터 <허스토리 in 상하이>로 바뀌었습니다. 다섯 명의 필진들이 상하이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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