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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 2012.0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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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The sense of an ending
소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줄리언 반스의 소설이다.
작가는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은 법’이라며 기억을 화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건과 계기를 통해 형성된 기억은, 용해제에 가까운 시간 속에서 살아 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하고 윤색하고 가지를 쳐낸다.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일까, 패배자들의 자기 기만일까,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빗어지는 확신일까, 승자도 패자도 아닌 살아남은 자의 회고일까.
모든 날이 일요일인 것처럼 살아가고 묘비명으로까지 쓰고 싶어 하는 토니. 이 지극히 평범한 남자의 시간과 기억의 왜곡, 개인의 무지, 그로 인해 벌어진 예감하지 못한 결과와 책임의 문제를 역사와 연결시켜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의 화자이며 관찰자인 나, 토니는 20대 때 여자친구인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로부터 500파운드의 돈과 에이드리언의 일기장을 유산으로 받는다. 고등학교 때 토니의 친구였던 에이드리언은 대학에 들어가며 토니의 여자친구, 베로니카를 사귀게 된다. 화가 난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편지를 보낸다. 토니는 그 둘을 축복해 준 편지를 보냈다고 여기며 오랜 세월을 보냈는데, 사라가 남긴 문서로 알게 된 진실은 입에도 담긴 어려운 저주의 편지였다.
소설은 1, 2부로 나누어져, 1부는 십대에 만난 에이드리언과 친구들, 역사 수업등 과거 이야기를 토니의 기억으로 다루었고, 2부는 40년이 지나 노년이 된 주인공의 지금 시점에서 40년 전의 과거를 회고하며, 밝혀지는 진실과 이제는 어쩌지 못하는 회한의 감정, 나이 들어 가며 변하는 몸과 마음, 감정의 변화와 정서를 다뤘다.
1부와 2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촘촘하게 짜여 있다. 인물과 사건이 치밀하게 대응된다. 하나도 허투루 버려진 것이 없다. 다 읽은 후엔 평범한 인간의 사소한 감정의 분출로 인해 나비효과처럼 빚어진 예측 못한 결과에, 뒤통수를 맞은 듯, 처음부터 천천히 곱씹으며 다시 읽게 한다.
어쩌면 한편으론, 우리는 또 다른 토니 일지 모른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가 얼마나 내 편의대로 각색되고 기억되는 건 아닐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준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토니의 기억은 부정확했고, 모든 진실을 밝혀줄 에이드리언의 일기는 베로니카가 불태웠기에 불충분한 문서가 되었다. 에이드리언의 역사의 정의가 토니의 개인적인 역사- 끝까지 알지 못함-가 됐다.
‘‘끝에 가서야 비로소 감지되는, 또는 밝혀지는 느낌’’이라는 원제목이 비로소 이해된다.
양해자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