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치킨을 먹을 때 가장 잘 어울리는 음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단연 시원한 맥주라고 대답할 것이다. 음식을 생각하면 어울리는 조합의 음료가 자연스럽게 떠오를 만큼, 음료는 우리의 식문화에서 중요한 존재다. 이로 인해 음료의 종류나 음료에 대한 기호를 기반으로 형성된 문화를 칭하는 ‘음료 문화’라는 단어가 탄생했다. 그렇다면 중국에는 어떠한 음료 문화가 자리 잡았을까?
중국의 차 음료 시장
중국 음료 시장의 전통 강호는 차 음료이다. 중국 사람들은 어디서나 보온병을 들고 다니며 수시로 차를 마실 만큼 중국은 유서 깊은 차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오랜 시간 중국에서 차 문화가 이어져 온 이유로는, 문화적 전통의 계승에 더불어 기름기가 많은 중국 음식의 특성상 이를 보완하기 위해 차를 많이 마시게 됐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추측이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차 음료 소비 시장이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 모니터(Euro monitor)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중국 차 음료 교역량은 122.48억 리터로 전 세계 차 음료 소비량의 34.9%를 차지한다. 이는 18.22%를 차지한 소비량 2위인 일본과 비교해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중국의 차 문화 (출처: 百度)
건강 챙기는 Z세대
건강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에 의식적으로 설탕 소비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설탕을 끊다(断糖)”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 정도로 설탕 섭취량 감소에 대한 중국 젊은 세대의 관심이 지속됐다.
중국 대표 온라인 쇼핑몰 징동닷컴(JD.COM)에서 발표한 <2021년 건강, 다이어트 소비 성향 보고서(2021健康减脂消费趋势报告)>에 따르면 2021년 3월 “저당(低糖)” 관련 검색어의 검색 수가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또 설탕 줄이기와 관련된 도서인 <설탕 섭취 줄이는 생활 减糖生活> 건강 부문 베스트 셀러 1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신쓰지에 산업연구센터가 발표한 <2020-2024 중국 무설탕 음료시장의 수요공급현황 및 발전 예측 보고>에 따르면, 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z세대)가 식품 구매 시 성분을 가장 자세히 보는 세대라고 한다. 다시 말해 무설탕, 제로 칼로리 등 무첨가 음료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세대가 바로 Z세대라고 할 수 있다.
책 <설탕 섭취 줄이는 생활 减糖生活>(출처: 天猫)
‘무설탕’ 차 음료의 시대
설탕 섭취를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전통적인 차 음료 시장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바로 무설탕 차 음료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Z세대를 중심으로 시작된 무설탕 음료에 대한 선호는, 차 음료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변곡점이 됐다. 각 기업은 앞다퉈 무설탕 차 음료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무설탕 차 음료’란 자당, 포도당, 맥아당, 과당, 등을 함유하지 않고 글리콜과 같은 혈당 농도를 높이지 않는 감미료를 대체재로 사용한 차 음료를 말한다. 기존 설탕이 첨가된 차 음료에 익숙해진 탓인지 출시 초기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러나 무설탕 차 음료의 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악평을 딛고, 현재는 연 성장률 30% 이상을 보이며 단기간에 화려한 변신을 해냈다. 쯔엔리서치(智研咨询)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무설탕 차 음료의 판매량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2020년 무설탕 차 음료 시장 규모는 48.5억 위안을 기록했고, 이듬해인 2021년 시장 규모는 전년도 규모를 넘어서 50억 위안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설탕 차 음료 산업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신생 기업
설립 1년여 만에 무설탕 차 음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기업이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무설탕 차 음료 브랜드로 자리 잡은 랑차(让茶)는 “매일 당신과 함께하는 랑차”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특색 있는 브랜드 포지셔닝을 통해 다른 무설탕 음료 브랜드들과 차별화했다.
랑차는 즉석 음용 가능한 형태(即饮) 그리고 직접 타서 마시는 형태(冲调) 두 가지로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 제작 과정에서 차의 품질을 지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품질 유지를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또한 전담팀을 구성해 주기적인 시장조사를 진행하여 급변하는 유행과 소비자 선호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품질을 지키면서도 소비자의 니즈를 민감하게 파악하는 통찰력 있는 면모를 통해 레드오션인 차 음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신생기업 랑차(让茶)의 제품 사진(출처: 랑차 홈페이지)
無칼로리, 無지방, 無설탕을 내세운 브랜드도 등장
위안치삼림(元气森林)은 2016년 설립된 음료 브랜드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중국 음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안치썬린은 새로운 전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았다. 중국의 젊은 세대가 건강과 웰빙을 중시한다는 점을 파악해 제로 칼로리, 무지방, 무설탕을 내세운 탄산수를 개발해 설립 이듬해인 2017년 시장에 선보였다. 위안치썬린의 예상대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이는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 위안치썬린의 매출은 약 29억 위안을 돌파했으며, 세계적인 탄산수 브랜드 페리에를 이기고 중국 내 탄산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0 칼로리, 0 지방, 0 설탕을 강조하는 위안치삼림(元气森林)의 광고 사진(출처: 텅쉰왕 中华网)
학생기자 서은진(저장대 국제경제무역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