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반려동물 1천만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반려동물들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부동의 1위는 개이다. 밖에 나와 주위를 둘러보면 다양한 생김새의 개들을 볼 수 있다. 몸집이 작은 소형견부터 몸집이 큰 대형견까지 다양한 개의 종류는 대략 800여 종 정도 된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개의 종류는 왜 이렇게 많은 걸까?
개의 느슨한 유전자 구조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고양이는 100여 종, 개는 800여 종이나 된다고 한다. 대형견인 세인트 버너드와 몸집이 작은 치와와를 비교해 보면 5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사람에게 이 차이를 적용해 보면 키가 8m나 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개는 크기나 생김새가 아주 다양한데, 이는 IGF1 유전자와 관계가 있다. IGF1은 모든 포유류에게 존재하는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유전자이다. 그런데 개는 IGF1이 사람이나 고양이보다 돌연변이가 많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성장이나 발달이 제각각 되어 다양한 크기와 생김새로 존재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고양이의 경우 유전자끼리 탄탄하게 고정돼 있는데 개는 유전자 구조가 사람이나 고양이와 비교해 느슨하다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외부로부터의 다양한 물리적 자극 등에 유전자가 쉽게 변이를 일으킨다.
인간과 함께 변화한 개의 유전자
농경 생활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오랜 친구인 개의 유전자가 똑같이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개는 사람 곁에 살면서 사람과 같은 환경에 노출되고 사람이 남긴 음식을 먹으면서 약 7000년 전부터 수수와 밀을 먹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능력을 갖춘 유전자를 만드는 방식으로 사람의 농경 생활에 적응했다는 것이다. 사람의 유전자가 농경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변한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스웨덴 소재 웁살라 대학 연구팀은 개에게는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인 Amy2B가 30~40개 있다고 발표했다. 반면 야생에서 살아온 늑대의 경우 Amy2B 유전자가 두 개밖에 없다. 이는 개들이 고대 시대부터 인간이 남긴 음식을 먹고 생존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유전자에 따른 개의 공격성
미국 아칸소 주에서 공격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핏불 사육에 제한을 두는 등 핏불은 사납다는 고정관념이 확산되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아칸소 아동병원 성형외과 전문의 마이콜 골린코 박사는 “개에게 물린 환자의 절반가량이 핏불에 물린다. 핏불은 다른 종보다 사람을 물 가능성이 2.5배 높다. 유전적으로 더 폭력적인 성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개가 무는 이유는 훈련 부족, 과거 경험, 잘못된 견주의 태도, 과거 학대 경험뿐 아니라 유전적 소인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CDC는 특정 종류의 개는 유전적으로 폭력적 성향이 더 강하다는 과학계의 통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사람과 오랫동안 살아온 개들은 대다수 종이 사람에게 공격적이지 않은데, 이는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이 개의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투견으로 사육되는 핏불의 공격성 또한 유전적인 것이라면 사람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학생기자 박민채(상해한국학교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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